1945년 이래 우리민족은 해마다 8·15가 되면 나라를 되찾은 광복병과 분단병을 앓아왔다. 일제식민통치의 굴레에서 벗어난 환희와 함께 국토가 두동강이나는 비극을 숙명처럼 동시에 겪어 온 것이다.올해로 꼭 50돌째 8·15를 맞아 아직도 분단병은 한반도를 뒤덮고 있어 겨레의 회한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공산체제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는 국제정세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지구상의 유일한 냉전지대로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는 적화망상에 사로잡힌 김일성의 6·25기습남침에 의한 동족상잔으로 수백만명이 살상되고 국토가 초토화되는 참화를 겪음으로써 남북간의 적대와 불신의 골은 더욱 심화되었다.
71년 7·4공동성명으로 남북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인 이래 지금까지 2백여 차례의 각종 접촉과 회담을 열어오는 동안 부분적인 성과가 있기는 했으나 여전히 팽팽한 대치상태를 지속한 것도 바로 뿌리깊은 적대감 때문이었다.
소위 통일방안만 해도 남측의 통일안이 교류협력에 의한 단계적인 추진방식인데 반해 북측의 연방제안은 50년간 줄곧 북한노동당규약에 명시된 한반도 공산화달성을 위한 책략이며 지금도 평화를 위장한채 10대강령 등으로 제기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분단의 심화와 남북관계가 교착된 데에는 남한측에도 책임이 있다. 통일정책은 민족대업의 수행과 관련, 초당적, 초정권적 차원에서 진행해야 함에도 역대 정권은 이른바 성과주의 한건주의를 위해 화려한 명분아래 갖가지 제안을 남발하고 때로는 통일정책을 내정에 이용까지 서슴지 않았다.
분단 50년을 맞은 오늘의 남북관계는 50년전이나 또 김일성이 죽은 뒤에도 조금도 본질적으로 개선 또는 변화된 것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공산권 붕괴후 국내적 고립과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의 변함없는 적화목표와 대남교란정책 때문이지만 이를 주도적으로 극복할 책임은 우리측, 우리 정부에 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방식, 인권보장의 원칙이 견지되어야 한다는 기본자세아래 남북관계의 개선과 진전은 기본합의서의 가동으로 이룩해야 한다. 거창하고 획기적인 제안보다는 분단50년을 맞아 구원을 모두 씻고 남북이 손을 잡는 「대화해의 선언」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통일은 반드시 성사돼야 하고 가야 할 길이지만 서둘러도 안되며 지름길은 더욱 금물이다. 화해의 선언아래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존공영의 바탕에서 인내를 갖고 한걸음씩 가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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