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이름 직접거론은 안해/계좌 실제 개설여부도 미확인/열쇠쥔 실명화타진 인물 공개/측근 “담담하게 알고있는 내용 모두 진술”전직대통령 4천억원대 가·차명 계좌설이 검찰의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조사의 단초가 될 서석재 전총무처장관의 진술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전장관은 9일 검찰 출두에 앞서 미리 작성한 자신의 발언에 대한 경위서를 8일 제출했다. 이와 관련, 서전장관은 이미 지난 7일 하오 시내 P호텔에서 측근들과 약3시간동안 회의를 갖고 16절지 3장분량의 경위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전장관이 경위서에서 밝힌 내용중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대목은 역시 그가 말한 전직 대통령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서전장관은 일단 전두환 전대통령 진영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노태우 전대통령에 의혹의 시선이 쏠렸던 점에 비춰볼 때 의외의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서전장관은 경위서에서 전전대통령 본인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전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와 처남 이창석씨가 가·차명계좌의 당사자라고 공개했다는 것이다. 물론 서전장관 입장에서는 이들이 가·차명계좌를 실제 개설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서전장관 자신이 간접적으로 이같은 얘기를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비자금 계좌가 전전대통령에 직접 연결되는지 여부도 서전장관은 밝히지 않았다.
경위서중 또 하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서전장관에게 일련의 비자금설을 전해준 「대리인」 또는 「기업인」이 누구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 대목은 향후 검찰조사의 실마리가 되는 결정적인 내용인만큼 실질적으로는 경위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서전장관이 경위서에 공개한 「기업인」은 서울 우이동에서 대형음식점을 경영했던 요식업자 김일창(57)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평소 알고지내던 서전장관에게 전경환 이창석씨의 가·차명계좌 개설사실을 알리고 정부측의 선처 가능성을 타진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전장관 경위서로 이번 사건의 열쇠가 되는 김씨의 신원이 밝혀짐에 따라 검찰의 조사는 일단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전장관 경위서만으로는 가·차명계좌가 전전대통령과 직접 관련됐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전직대통령 연결여부는 여전히 검찰의 숙제로 남게 된다.
이밖에 서전장관의 경위서에는 지난 1일 기자들에게 비자금설을 밝힌 경위와 이번 발언파문으로 물의를 빚어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내용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전장관은 지난 7일 P호텔에서 가진 참모들과의 구수회의에서 경위서의 내용을 일일이 구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전장관은 이 자리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가능한 한 자신이 알고있는 모든 내용을 경위서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장현규 기자>장현규>
◎비밀계좌설 발설/김일창씨는 누구/한때 대형음식점 운영 정치지망생… 여야인사와 밀착교류
서석재 전총무처장관에게 5공측의 비밀계좌설을 얘기해준 것으로 알려진 김일창(57)씨는 어떤 사람일까. 평범한 개인사업가인 김씨는 일반인에게는 이름이 거의 알려져있지 않지만 정치권에서는 어느정도 지명도가 있는 편에 속한다. 개인사업을 하면서 정치인들과의 교류를 꾸준히 다져왔고 특히 현정부출범이후에는 15대 총선에 나설 각오로 서전장관등 평소 친분이 있는 여야중진들과 자주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홍성출신인 김씨는 젊은 시절부터 사업에 소질을 발휘해 상당한 재산을 형성,한때는 청계천에서 신용금고를 운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신용금고사업이 도산하고 난 뒤부터는 요식업쪽으로 전업했다. 종로구청 인근의 유명 한정식집을 인수해 다시 기반을 다졌고 2∼3년전까지는 북한산 입구에서 대형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업일선에서 물러나 평소 친분관계가 있는 전현직 정치인들과 자주 어울리며 소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사업을 하면서도 틈틈이 정치입문기회를 노리기도 했다. 공화당시절에는 실제로 총선출마준비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공출범이후에는 이런저런 사연으로 정치활동에 제약을 받기도했다.
그러나 서전장관과 김씨와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않다. 그리고 김씨가 5공측의 비자금과 관련된 정보를 어떤 경로로 입수했고 이창석씨나 전경환씨와 어떤 관계인지도 아직 베일에 가려있다.<김동국 기자>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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