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돈흐름에 충격 중기연쇄도산 우려/과거정권과 밀접관계 그룹들은 전전긍긍재계는 사정당국이 「전직 대통령 4천억원 비자금설」을 본격 조사하겠다고 밝히자 『올 것이 왔다』며 재계사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경제흐름을 끊기야 하겠느냐』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9일로 예정되어 있는 김영삼 대통령과 30대그룹총수와의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김대통령은 「선의의 경제인」들을 안심시키는 발언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5·6공 정권과 정경유착이 지나칠 정도로 심했고 그 과정이 해명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몇몇 그룹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상태다. 재계관계자들은 사정당국이 그룹총수들의 계좌를 무차별적으로 조사하여 경제파국을 자초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듯 하다.
문제는 금융혼란이다. 금융권은 이 사건이 터지기전에도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96년)을 앞두고 자금이동이 심해지는등 이상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다 전직대통령비자금설이 돌출, 큰 회오리바람이 불지 않을까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검찰의 비자금조사는 금융시장의 뇌관을 건드리는 것과 같다』며 『돈 좀 굴리는 많은 수의 소규모 전주들이 몸을 사려 자금을 빼내기 시작하면 증시 단자등 금융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불길한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위축은 시중금리상승 및 사채시장동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경색은 경제의 「혈액」인 돈의 정상적인 흐름을 막아 그 영향은 즉시 실물경제에 미치며 이 경우 중소기업이 가장 타격을 받게 된다.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재정경제원등 경제팀이 정치권의 정치논리나 사정당국의 수사논리를 인정하면서도 경제파국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경제논리를 내세워 은근히 「조심스런 조사」를 기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경제규모 및 금융시장규모의 확대로 충격흡수력이 커져 비자금조사가 확대되더라도 우리 경제가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3단계금리자유화나 금융종합과세 부동산실명제등 경제개혁추진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검찰당국도 경제계의 이러한 우려을 감안,「신중한 조사」방침을 내비치고 있다. 전직대통령 비자금조사 실무총책인 이원성 대검 중수부장은 8일 『검찰이 이 비자금을 뒤지기 시작하면 금융권에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 중소기업이 굉장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5·6공 비자금에 대한 전면조사도 좋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경제논리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부장의 이런 말은 사정당국이 경제사건을 다룰 때마다 하는 「공자님 말씀」일 수도 있어 재계와 금융계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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