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등이 오염시킨 해양의 유류를 미생물로 분해하는 생물학적 방제법의 효과를 놓고 최근 과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자연상태의 유류분해 세균을 이용하는 방제법 연구는 88년 국책과제로 착수돼 현재 10여종의 미생물이 발견돼 있다. 최근에도 한국해양연구소 해양생물연구부 김상진 박사팀이 석유류에 포함된 독성물질을 활발하게 분해하는 능력을 가진 아시네토박터라는 미생물을 발견했다. 강원대 송홍규(미생물학과)교수도 지난달 기름분해능력이 자연상태의 3∼5배에 이르는 슈도모나스라는 세균을 찾아내 한국미생물학회지에 발표했다.
이들은 미생물을 이용한 방제법이 자연환경에 해가 없고 효과도 좋아 획기적인 해상오염방제 기술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박사는 『최근 소래 앞바다에서 미생물의 유류분해능력을 시험한 결과 3주일내에 독성물질의 95%가 분해됐다』며 『미생물로 해안의 기름오염을 처리할 경우 자연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1년후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일부 미생물학자들은 시 프린스호 유출사고에 쓴 유처리제는 화학약품이며 벤조피렌 등 발암성·돌연변이성 물질을 남겨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만 미생물은 자연상태의 세균이므로 2차오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박사는 『분해법이 아직 실험실단계이고 제품화에 이르지 못해 현장에 적용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생물 사용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이러한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수원대 강헌(환경공학과)교수는 『기름분해 미생물이 실험실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바닷물에 뿌렸을 때의 효과는 의문』이라며 『미생물의 과다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우려했다. 미생물은 기름성분중 독성이 강한 방향족 탄화수소에 대한 분해속도가 떨어져 분해능력에 한계가 있고 기름분해를 촉진하기 위해 함께 뿌려주는 질소와 인 등에 의한 부영양화로 플랑크톤이 증식해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89년 엑손발데스 기름유출사고때 미생물 처리제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현재도 많은 주에서 바다에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강교수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 발견한 미생물을 실험실에서 썩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환경학자 미생물학자 화학자 등이 공동으로 미생물의 기름분해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선연규 기자>선연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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