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서」볼때 전씨 가능성/“노씨도 또다른 계좌 있다”「전직대통령 비자금설」의 요체는 과연 거액의 비자금계좌가 존재하느냐, 그리고 그 소유주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중 누구냐로 압축되고있다. 서석재 전 총무처장관이 이를 언급한 이후 정계, 재계는 비자금의 주인으로 노전대통령을 은근히 지목했다. 더욱이 새정치국민회의의 김원길 의원이 『지난해 제기한 「1천2백억원 비자금설」의 주인이 노전대통령임을 확신한다』고 주장하자 이런 추측은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서전장관이 8일 마련한 경위서는 항간의 예측을 뒤엎는 새로운 내용이었다. 경위서는 『가·차명계좌 개설을 밝히며 선처를 호소한 사람은 요식업자인 김일창씨이다. 김씨는 의뢰인이 전전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씨, 처남인 이창석씨라고 말했다』고 밝히고있다. 따라서 서전장관의 「4천억원 비자금설」 언급은 일단 노전대통령과 무관해진 셈이다.
그렇다고 비자금설의 당사자를 전전대통령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경위서에 도 비자금계좌의 실제 주인이 전전대통령인지 여부는 나타나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전장관의 측근들도 『서전장관이 전전대통령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있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자금이 존재할 경우 실제 주인은 이창석씨등보다 「윗선」, 즉 전전대통령으로 예단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추론에도 「함정」은 있다. 여권에서는 『전경환 이창석씨가 송모씨라는 인물을 통해 민주계실세들과 잘아는 김일창씨에게 역할을 의뢰, 서전장관에게 접근하도록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있다. 따라서 송씨라는 제3의 중간인물이 있을 경우 전·이씨―S씨―김씨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다소의 과장이 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권 고위인사는 『김일창씨가 서전장관에게 밝힌 내용은 다소의 윤색은 있을지라도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해 전전대통령의 비자금계좌를 기정사실화했다.
이 경위서만을 토대로 할 경우 노전대통령은 혐의선상에 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원길 의원이 단호하게 노전대통령이 1천2백억원 비자금을 갖고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여전히 의문부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의원은 그 증거로 검찰, 금융권, 재계로부터 청취한 증언들을 제시하고 있다. 김의원은 『검찰의 고위인사로부터 현 정권출범후, 93년 금융실명제실시 이후, 지난해 동화은행·한전뇌물사건 수사등 세차례에 걸쳐 6공의 비자금계좌를 확인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또 『대기업 경영진들이 검찰조사에서 「6공때 수십억원대의 정치자금을 청와대에 내놓았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에 의하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은 존재하고 검찰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성립한다. 다만 검찰이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을 뿐이다.
서전장관의 경위서, 김의원의 주장이 액면 그대로 사실이라면 전·노 두 전직대통령이 각각 비자금계좌를 갖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특히 전전대통령이 일단 정치쟁점으로 부각된 4천억원설의 당사자가 된만큼 이에대한 해명을 해야할 입장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