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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과 지뢰밭에 동심 짓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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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과 지뢰밭에 동심 짓밟힌다

입력
1995.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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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이랑호 기자 유니세프한국위 「캄보디아돕기 조사단」 동행취재/가난 못견딘 부모 4만원에 자녀 팔아 넘겨/12·13세에 윤락… 33%가 17세이하 충격적/공포의 지뢰… 어린이만 하루 60명꼴 사상유니세프 한국위원회(회장 현승종)는 설립 첫해인 지난해 베트남어린이 지원사업을 펼친데 이어 올해와 내년 사이에는 캄보디아를 돕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9∼17일 현지에 박동은 사무총장 안성기 친선대사 사립국교교장클럽회원 의료인등 15명으로 구성된 사전조사단을 파견했다. 캄보디아는 내전의 당사자 가운데 크메르루주를 제외한 3개 정파가 종전에 합의, 시아누크왕 체제를 출범시킨지 2년이 지났지만 어린이들은 대외개방의 대가인 매춘과 전쟁의 유물인 지뢰에 희생당하고 있었다. 사전조사단과 동행해 캄보디아 어린이의 비극적인 상황을 취재했다.

프놈펜의 툴코크지역. 이 나라 최대의 매춘굴이다. 7도로를 따라 양옆으로 1.5㎞나 늘어선 판자집이 모두 윤락업소이다.

『여기서 20대는 「할머니」입니다. 대부분은 12·13세에 윤락을 시작해요. 3분의 1정도가 17세이하의 미성년자이고 14세이하의 어린이도 10분의1쯤 될 겁니다』 안내를 맡은 캄보디아인의 설명이다.

민간단체 캄보디아인권보호단이 지난 3월 마사지룸 나이트클럽 여인숙등 프놈펜에 위치한 각종 형태의 윤락업소 6백92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매춘부 2천6백44명 가운데 32.5%가 17세이하의 미성년자, 7%가 14세 이하의 어린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조사에 의하면 매춘여성 중 40%는 가난을 못견딘 부모가 직접 팔아넘긴 경우이다. 몸값은 많아야 1백25만리엘(4만원)이고 밥만 먹여주는 조건도 상당수이다.

캄보디아에서 매춘은 대외개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캄보디아 보건당국의 공식집계에 의하면 훈센 집권시절인 91년까지만해도 이 나라에 윤락여성은 6천명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92년 유엔캄보디아잠정기구(UNTAC)와 평화유지군(PKO) 2만여명이 이곳에 진주하면서 1년만에 2만명으로 늘어났다.

93년 UNTAC과 PKO의 철수 이후에는 일본과 서구의 관광객, 다국적기업 현지 주재원, 이권에 개입해 돈을 번 캄보디아인 졸부등 대외개방과 자유시장경제 채택 이후 이 나라에 발붙이게 된 내·외국인이 새로운 수요를 제공해 매춘부 숫자는 1만7천명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구호단체가 프놈펜 시내에 운영중인 인공수족재활센터는 또 다른 비극의 현장이다. 이곳에는 요즘 1개월에 80여명의 환자가 들어온다. 대부분 지뢰에 무릎 아래가 날아간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 20명은 어린이다.

차임 솜낭(13)군은 동네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지뢰를 밟아 오른쪽 다리가 잘려나가는 바람에 최근 이곳으로 후송됐다. 솜낭은 행운이라는 뜻인데 이름과는 달리 운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이 아이는 매우 담담하다. 지뢰에 다치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민간단체 캄보디아지뢰치료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이 나라에선 매일 3백명이 내전 중 매설된 지뢰를 밟아 죽거나 다친다. 크메르루주와의 전투지역이어서 지뢰피해가 가장 큰 바탐방주 정부의 추정에 의하면 피해자 가운데 20%는 어린이다. 결국 매일 60여명의 어린이가 지뢰의 제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상태대로라면 오늘 하루 태어나는 캄보디아 신생아 1천명 가운데 1백25명은 올해 안에, 73명은 5년내에, 1백98명은 20세기 안에 죽게 될 것」이라는 유니세프의 조사결과가 이 나라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을 웅변하고 있다.<프놈펜=이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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