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첫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인근에 개점/전통음식 대 서방음식 사활건 판매전 돌입햄버거대 피라즈키(고기파이).
러시아의 패스트푸드시장을 놓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맥도널드의 햄버거와 러시아의 피라즈키가 본격적인 대결을 벌이게 됐다.
지난1일 모스크바중심가인 푸슈킨광장에서 러시아 최초의 패스트푸드 전문체인점인 「루스코예 비스트로」가 문을 열고 각종 러시아식 패스트푸드를 선보였다.
이 식당의 주요메뉴는 고기를 넣고 만든 파이인 피라즈키를 비롯, 완두콩수프인 「로마노프」 버섯수프인 「부르주아」, 크바스 등 음료 등이다. 이들 메뉴들은 주로 과거 제정러시아시절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온 음식들로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현대화한 것이다.
2층으로 된 이 식당은 1백여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음식을 주문해 식사를 끝낼 때까지 15분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루스코예 비스트로사의 설립자들은 내년 모스크바시 정도 8백50주년을 맞아 지점을 2백개로 늘린다는 계획아래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체인점의 메뉴는 전러시아영양학연구소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으며 식당의 엠블렘도 전통적인 모피모자를 쓴 코자크인으로 하는 등 러시아고유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도록 했다.
특히 음료중에 러시아의 대표적 전통주인 보드카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러시아인들은 보통 식사중 보드카 50㏄나 1백㏄를 마시는데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다가 전통적 방식을 택하기로 해 보드카가 메뉴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식당은 현재 맥도널드식당과 불과 20여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인기판도가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패스트푸드점은 가격면에서 미맥도널드보다 훨씬 저렴한 반면 서비스면에서는 아직 수준미달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아직은 개업초창기라 우열을 판가름하기는 이르지만 일단 러시아인들이 식문화에서 서방의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맥도널드가 모스크바에 처음 문을 연 때는 구소련시절인 지난 89년이었는데 이후 폭발적인 인기속에 현재는 지점이 4개로 늘어난채 연일 수많은 고객들을 맞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서방언론들은 모스크바시민들이 맥도널드앞에서 눈을 맞으며 차례를 기다리는 사진을 보도하면서 이를 소련의 개혁과 개방의 상징처럼 언급하곤 했다.
맥도널드의 성공에 힘입어 피자헛, 버거퀸, 파티오 피자, 스케프 홀버그 등 서방의 패스트푸드 전문점들은 모스크바에 문을 열고 서구식 서비스와 맛을 러시아인들에게 선보였다.
러시아식당들은 이처럼 많은 서방간편식당 때문에 상당수의 손님들을 빼앗길 수밖에 없게 됐고 특히 10∼20대의 젊은층들은 서방의 맛에 「중독」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됐다. 물론 그동안 러시아식당들은 음식과 서비스의 질이 상당히 개선되기는 했으나 서방의 패스트푸드처럼 간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메뉴 등을 개발하지 못한데다 종업원들의 의식구조가 서비스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수준이 못돼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결국 이같은 현상이 계속될 경우 식문화가 서방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긴데다 모스크바시당국 등이 요식업계와 협력해 자구책을 모색한 결과 러시아식 패스트푸드 전문체인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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