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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회사 직원은 노동자가 아니라 모두가 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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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회사 직원은 노동자가 아니라 모두가 경영자”

입력
1995.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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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오픈북 경영」 새바람/「리엔지니어링」 한계극복 전사원 참여한 신경영/판매수익 등 매일 공개·작업계획 스스로 세우게/“관리시간·비용 절약” 중기서 대기업으로 도입확산80년대말 급변하는 경제환경은 전세계 기업들에 이른바 「리엔지니어링」이라는 경영혁신 바람을 몰고 왔었다. 그러나 리엔지니어링의 효과와 한계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지금 미국에서는 「오픈북 경영」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경영혁신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보스턴시 인근의 소도시 웨스트보로에 본사를 둔 웹인더스트리사에는 미국에서도 내로라하는 대기업 경영진들이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같은 저명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연방상원은 93년 이 회사 찰스 에드먼슨 부사장을 초청, 미국기업의 국제경쟁력에 대해 강연을 듣기도 했다. 『우리회사 직원들은 시간당 얼마에 노동을 팔고있는 사람이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경영자입니다』 에드먼슨 부사장은 종업원 2백70명의 조그마한 규모에 첨단제품도 아닌, 포장재에 쓰이는 필름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를 이처럼 주목받게 만든 「오픈북경영」을 이렇게 요약했다.

본사에서 멀지않은 플레밍햄공장에 가보면 에드먼슨 부사장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이 공장 한쪽 벽에는 회사 종업원들이 「로드맵(도로지도)」이라고 부르는 게시판이 걸려있어 팀별 공장별 및 회사전체의 생산량 매출액 순수입 등 회사의 재정과 관련된 모든 수치들이 매일 게시된다. 생산총괄 매니저 데이비드 터너씨는 『지도를 들여다보며 현재위치와 목적지를 꿰뚫고 있는 운전자는 옆사람이 시키는대로 핸들을 꺾는 운전자보다 훨씬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고 뜻하지 않은 상황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수 있다』고 말했다.

작업장에 놓인 컴퓨터들에는 더욱 상세한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고 있어 종업원들은 언제든지 최고경영진과 똑같은 정보를 접할수 있다.

이 회사 종업원들은 또 팀별로 스스로 작업계획을 짜고 구매 및 고객상담도 한다. 「듀폰 6만달러, 폴라로이드 4천달러, 3M 6천달러」 작업대에 자신이 속한 팀의 고객명단과 주문량 및 금액이 적힌 메모판을 걸어두고 있는 로버트 지카로씨는 『제품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회사전체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과 직접 대화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고객입장에서도 생산담당자를 직접 접하기 때문에 더욱 신뢰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오픈북 경영의 출발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3년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부도직전의 엔진재생공장을 인수해 스프링필드 리매뉴팩처링사를 차린 잭스 텍사장은 오픈북경영을 도입, 주당 10센트하던 이 회사 주가를 10년만에 18달러60센트로 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거대한 경영게임」이라는 책을 펴내 미국 기업인들에게 오픈북경영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데 크게 기여했다. 비슷한 시기에 신시내티주에서 포장용지제조업체 신-메이드사를 설립한 봅 프레이씨도 오픈북경영의 선구자이다. 특히 이 회사는 종업원들이 자체적으로 세운 회사운영계획에 따라 임시근로자까지 채용할 정도로 많은 자율권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영자와 종업원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서야 미국기업들이 「종업원은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알 필요도 능력도 없으며 나아가 알아서도 안된다」는 전통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정보의 공유를 바탕으로 한 경영혁신을 시작한 것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영전문가 존 케이스씨는 지난달초 발간한 저서 「오픈북 매니지먼트」를 통해 『오픈북경영은 종업원들에게 관리능력과 권한을 줌으로써 실제 필요이상으로 비대해진 관리부문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구조가 선진화하고 단순조립업무는 자동화로 대체되면서 기업들이 보다 고도의 지식과 창의성을 갖춘 종업원을 필요로 하게 됐다는 점도 오픈북경영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급속히 발달된 컴퓨터통신망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고 쉽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가능케 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주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채택되던 오픈북경영은 최근들어 올스테이트 보험사, 장거리전화 스프린트사, 석유회사 아모코등 대기업들로 확산되고 있다. 오하이오주 소재 기계부품회사 루더 몰드 앤드 매뉴팩처링사의 칼 루더회장은 『오픈북경영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남에게 자신의 속옷을 보여주는 것처럼 힘든 결단이지만, 경영자 혼자서만 밤잠을 못자고 회사일을 걱정하는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기업구조를 바꿀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보스턴=김준형 특파원>

◎인터뷰/「오픈북 경영」용어 첫 사용/존 케이스 씨/경영전문가겸 기자 책출간 한달만에 매진/“종업원 지주제 등과 결합돼야 성과 극대화”

「미국 기업가정신의 부활」등 3권의 책을 저술한바 있는 경영전문가 존 케이스씨는 「오픈북 경영」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다. 권위있는 경제전문주간지 「잉크매거진」의 기자이기도 한 그가 수년에 걸친 연구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발간한 저서 「오픈북 매니지먼트」는 한달만에 초판 1만4천부가 매진될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화인터뷰를 통해 오픈북경영에 대해 들어봤다.

―오픈북경영이 기존의 경영혁신 방안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경영진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경영혁신은 종업원들의 이해와 자발적 협조를 이끌어낼수 없다. 오픈북경영은 종업원들에게 장기적인 시야를 갖게 함으로써 경영진과 함께 경영혁신의 주체로 참여하게끔 해준다. 오픈북경영 자체만으로 만병통치약이 될수는 없으며 종업원지주제 품질관리 등 여타 경영혁신방안과 결합될때 성과가 극대화한다』

―오픈북경영의 도입은 경영권의 침해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미국의 경영자들은 합리적이다. 오픈북경영은 경영자들이 먼저 도입하고 있으며 이들은 여전히 궁극적인 결정권을 갖고 회사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다』

―기업의 비밀이 외부로 누출될 우려가 있지 않은가.

『종업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신뢰가 필요하다. 그러나 경영이 합리적인 회사일수록 극히 일부의 비밀정보외에는 모든 정보를 직원들에게 공개한다』

―모든 종업원들이 경영을 이해할수 있도록 교육시킨다는 것은 낭비아닌가.

『투여된 비용과 노력이 결실을 거두지 못할때만 낭비라는 말을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종업원들은 교육을 통해 자신의 노동을 어떻게 활용하고 통제해야 회사와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오는지 인식할 수 있다. 수준높은 인적자원을 얻기 위한 투자는 조직의 기본이다』

◎오픈북 경영이란/사원 정보공유 경영자처럼 생각·행동/기업구조 자체 변경없이 “경영 혁신”

종업원들에게 경영자와 똑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생산업무와 관련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경영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경영혁신방안. 기업구조자체의 변경을 필수적으로 수반하지 않고 혁신의 주체가 경영자와 종업원 양자 모두가 된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다음의 네가지 주요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생산 매출 수익 등 경영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종업원들에게 회사의 경영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한다. ▲공개된 수치를 이해하고 경영에 대한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종업원들을 교육시킨다. ▲직접적인 경영통제를 약화하고 종업원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종업원들이 스스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회사의 경영실적이 개선되면 보상을 받고, 반대로 악화되면 위기를 분담하는 동기부여제도를 확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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