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미루고 집념의 노력/입사 1년만에 뉴스진행 맡아/「에미상」 등 수상한 실력파미국 3대 TV방송 가운데 하나인 CBS의 시카고지역채널 WBBM―TV 7시 아침뉴스쇼를 이끌어가는 한국계 여성 앵커 겸 기자 리사 김(32·한국명 김창경). 신선한 외모와 재치, 순발력을 갖춘 그는 진행을 맡은지 1년남짓만에 시청자들의 아침채널을 이 프로그램에 고정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침뉴스를 위해 리사 김은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방송사로 향한다. 30분간의 뉴스가 끝나고 스튜디오에 불이꺼지면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피로가 몰려들지만 그는 숨돌릴 겨를도 없이 마이크를 챙겨들고 취재에 나서야 한다. 이때부터는 앵커가 아니라 온갖 사건과 화제를 찾아 사회 구석구석을 누비는 사회부기자가 되는 것이다. 시청자를 사로잡는 리사 김의 매력은 단순한 뉴스의 전달자를 넘어 현장을 발로 뛰는 기자가 가질수 있는 날카로운 시각이 곁들여졌기 때문. 휴가철인 요즘은 저녁뉴스까지 맡아 하느라 사생활은 아예 내팽개칠 지경이 됐지만 리사 김의 목소리엔 오히려 활기가 더해간다. 85년 산타바르바라 지역 CBS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후 10년동안 결혼도 미루고 방송에 청춘을 바쳐온 그에게는 일이 곧 애인이고 취미이기 때문이다. 리사 김이 방송생활 1년만에 파격적으로 샌디에이고의 KG―TV 기자겸 앵커로 정규방송 뉴스진행을 맡게 된 것도 이같은 집념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리사 김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에서 태어난 한인 2세다. 『어려서부터 엄한 한국식 교육을 받았고 특히 할머니로부터 한국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대학졸업후에야 처음 가본 한국이 별로 낯설지 않았고 신출내기 티를 벗기도 전인 88년 「한국과 올림픽」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로 에미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성장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삼풍백화점참사가 일어났던 지난달 그토록 자상했던 할머니의 유해를 고국땅에 뿌려드리기 위해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관련 뉴스를 보도할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곤 한다』는 그는 『삼풍백화점 참사를 내입으로 보도하지 않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는 저널리즘의 명문으로 꼽히는 노스웨스턴대학원을 거쳐 주저없이 방송계에 뛰어들었다. 92년에는 「헌팅턴해변 기름유출사고 보도」로 「골든 마이크상」을 수상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언론이 게으르면 사회가 썩어간다」는 확고한 언론철학을 가진 방송인이다.<시카고 지사="이재일" 기자>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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