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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광복:2(광복50/다시 여는 반세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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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광복:2(광복50/다시 여는 반세기:4)

입력
1995.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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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문에 박힌 일제찌꺼기/왜색용어 수두룩… 식민사관도 극복못해일제의 찌꺼기는 우리의 삶과 의식·사고에 깊숙이 박혀있다. 광복 50년을 맞는 오늘 한국인의 생활과 행동에서 일제의 잔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본말·일본식 한자 투성이인 언어생활, 고쳐지지 않는 일본식 지명, 자조적인 식민사관의 답습등 …. 한글말살, 창씨개명, 황국사관등으로 대표되는 일제 문화정책의 폐해는 반세기가 지나도록 씻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문화의 모방은 더욱 심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일제의 잔재가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곳은 바로 언어생활이다. 언어는 의식과 사고를 담아내는 틀이다.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는 주권국가로서의 창조적 문화발전을 가로 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876년 병자수호조약부터 시작된 일제의 언어 간섭은 1938년 신교육령 발표와 우리말 신문폐간, 1940년의 창씨개명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본의 철저한 한글말살정책은 우리국민들이 용어와 어법에서 우리말과 일본말을 혼돈하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면 「민초」라는 단어는 최근 의식있는 지식인 용어의 대명사 처럼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말은 한글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아동문학가 이오덕씨는 『「민초」는 일본에서 일왕이 백성을 이르는 말로 절대로 써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가 흔히 쓰는 「역할」은 「구실」이나 「할일」로, 광장은 「곳」 「자리」로 고쳐 사용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속」등의 일본말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황국신민」이란 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민학교」란 명칭이 50년간 사용되는 것도 일본말에 의한 언어오염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이다. 황제에게 복종하는 뜻을 담은 봉건시대의 용어를 아직 고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글학회는 일본식 용어들을 순우리말로 풀이한 「쉬운말 사전」 「고치고 더한 쉬운말 우리사전」을 펴내는등 일본말 찌꺼기 없애기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여동은 기자> <2면에 계속>

<1면에서 계속>

◎「민초」·「국민학교」등 그대로 남아

뚜렷한 주체의식이 선행되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특정단체의 노력만으로 될일이 아니다. 이같은 노력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기성세대는 일본말 쓰는 것을 마치 권위의 표시인양 착각하고 있으며 새로운 세대는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사용하는 버릇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는 한민족의 정기를 흐리게 하기 위해 숱한 지명을 마음대로 일본식으로 고쳤다. 치밀하고 집요한 문화말살정책이다. 경북의성군의 자미산은 일제때 비봉산으로 바뀌어 버렸다.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으로 많은 인재가 배출될 것이란 전설을 의식한 일제가 『봉황이 날아 갔다』는 뜻의 비봉산으로 고친 것이다. 전국 각지의 지명이 이런 식으로 도무지 뜻을 알 수 없는 이름으로 고쳐졌다. 그러나 지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옛이름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습관으로 굳어졌는데 굳이 고칠 필요가 있느냐는 단순한 사고방식 때문이다.

학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식민사관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있다. 고고학계나 미술계의 경우를 보자. 정량모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일제시대 일본에 의해 시작된 고고학연구는 식민지 지배를 영구화 하기 위한 기초작업의 하나였다』며 『유적발굴을 통해 식민사관 사대주의사관등을 억지로 이끌어 냈다』고 지적했다. 미술사분야에서는 「한국문화에는 독창성이 전혀 없다」라든가 「한국미술에는 슬픔이 깃들여 있다」는등 일본학자가 형성한 사관이 아직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여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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