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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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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냉전후 동아시아에 그리고 있는 새 안보전략지도의 모습이 최근 조금씩 가시권 안에 떠오르고 있다. 그 상징적 이벤트가 지난달 28일 베트남의 아세안 가입과 김영삼대통령의 미국 방문이다. ◆아세안은 동남아조약기구(SEATO)가 해체된 후 월남전이 가열되면서 당초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5개국에 의한 반공국제기구로 결성됐었다. 그후 브루나이의 가입에 따라 6개국으로 늘어났는데 이번에 베트남이 7번째 회원국으로 참여함으로써 아세안은 이제 명실공히 인구 4억을 포용하는 세계적 규모의 경제권의 하나로 자리잡게 됐다. ◆이념적으로도 베트남 공산주의는 이미 국내통치의 한 수단일 뿐 국가간 교섭에 아무 장애가 없도록 그 정치적 기능이 제한돼 있다. 아세안은 그렇게 달라진 베트남을 받아들인 것이고 베트남 역시 그렇게 달라진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뛰어 든 것이다. 미국은 그 막후 조정역으로서 중국 일본에 맞설 수 있는 「힘 있는 아세안」 구축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의 수교교섭에 응하는 과정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될 수 있다. 그것은 냉전후 소련이 동아시아에 남긴 공백을 메우는 작업이기도 하다. 북한으로서도 중국과 맞설 수 있는 다른 하나의 세력이 당장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이같은 새 안보지도에 한미 혈맹관계가 강조된 또하나의 변수를 그려넣음으로써 동아시아지역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궁극적 승리를 다짐하려 하고 있다. 김대통령을 맞아들여 지난달 27일 워싱턴에서 개최한 한국전쟁참전기념비 제막식이 바로 이같은 미국의 의도를 상징한다. 경제의 번영과 문민정부를 함께 성공시킨 한국의 오늘은 45년전 미국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표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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