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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시련(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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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시련(장명수 칼럼)

입력
1995.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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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숨막히는 더위가 계속되어 밤에 잠을 못 잤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더위와 싸우면서도 우리의 마음속에는 매미우는 소리가 들리고, 바람에 일렁이는 느티나무가 보인다. 그 여유는 어디서 오는 걸까.그 여유는 작년 여름을 견딘 경험에서 나온다. 더워서 짜증이 나다가도 작년 여름 그 불볕 더위를 생각하면 이 정도쯤이야라는 여유가 생긴다. 사실 금년 더위는 아직까지 덥다고 할만한 것이 못된다. 기상대 생긴후 최고기록이라느니, 기상이변이라느니 하는 말이 안 나왔으니 덥다는 비명이 무색하다.

올해도 가뭄이 심하지만, 작년의 폭염과 가뭄은 농촌·도시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타들어가는 농작물, 떼죽음하는 가축들, 식수를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물 부족, 전력난, 오늘도 내일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로 온 나라가 허덕였다. 생태계에도 이변이 일어나 꾀꼬리 뻐꾸기 뱀등이 서늘한 고산지대로 서식지를 옮기고, 파리 모기 개구리가 사라지고, 더위에 강한 잠자리 매미만 번창했다.

작년에는 특히 7월이 더웠는데, 그 기록을 보면 다시 끔찍하다. 7월의 평균기온은 서울 섭씨 28·5도, 대구 30.3도, 광주 29.4도로 평년기온보다 4∼5도나 높았다. 밤 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서울 20일, 대구 19일, 광주 22일이나 지속됐는데, 평년의 열대야는 서울 1·8일, 대구 3·8일, 광주 3·6일 정도였다. 대구는 최고기온 35도를 웃도는 날이 24일, 서울은 30도를 넘는 날이 23일이었다. 더위도 가뭄도 190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이었다.

『덥다구요? 작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작년을 생각하면 더위쯤은 겁 안나요』 라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있게 말 할때, 우리는 더위와 시련을 연관지어 생각하게 된다. 살아가는 동안 혹독한 시련을 겪은 사람들 중에는 훌쩍 산위에 올라간 것처럼 키가 커 보이거나, 남의 불행을 끌어안는 넉넉함을 지녔거나, 어떤 일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힘을 가진 이들이 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극복한 시련을 「은혜」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일제 36년의 고통, 동족상잔의 전쟁, 보리고개를 넘던 가난, 그 불행한 과거는 지금 생존해 있는 한국인들이 겪어온 시련이다.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오늘의 번영을 이룬 우리 민족의 저력, 역사의 불볕더위속에 흘린 땀과 눈물을 광복의 달 8월 더위속에 생각해 본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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