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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광복:3(광복 50/다시 여는 반세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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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광복:3(광복 50/다시 여는 반세기:3)

입력
1995.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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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까지 넘치는 왜색문화/만화·위성전파 등 「일제침투」 아직도우리 생활문화의 앞마당은 공공연히 흘러들어오는 일본풍 문화로 가득하다.

TV 영화 만화 가요등 대중문화 전반에 일본문화의 유입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80년대 말부터 파라볼라 안테나를 통한 해외 위성방송 수신이 급증하면서 NHK WOW―WOW등 일본 위성방송 시청붐은 우리 대중문화의 많은 부분을 일본색으로 물들여 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중문화를 일본에 개방할 것인가, 규제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거듭돼 왔다. 일본은 83년 이래 열려온 한일 문화교류 실무자회의를 통해 대중문화 개방을 강력히 요구해 왔고 그럴 때마다 본격적인 논의가 있었으나 「시기상조론」으로 기울곤 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한 여론은 초기에는 지독히 부정적이었지만, 90년 이후에는 많이 유연해져 가는 현실중시로 기울고 있다. 관계자들 가운데 일부는 『음성적으로 유입된 일본 저질문화를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공식적인 문화교류 창구가 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수원대 김광옥 교수는 『범람하는 일본문화에 대해 국수주의적 규제만을 하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대항문화 개발에 힘이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정서는 아직 『우리의 경쟁력이 충분히 성장하기도 전에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할 경우 일방적인 문화침투가 전개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반응이다.

일본방송의 국내 유입은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방송사의 일본 프로그램 모방이나 만화영화의 수입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89년 정부가 파라볼라 안테나 수입을 자유화한 뒤 NHK1·2채널과 민간 상업방송 WOW―WOW채널등 일본 위성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수는 90년 25만여 가구, 92년 45만여 가구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80여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시청인구가 급증하자 90년대초 이어녕 문화부장관은 『위성방송 전파를 한반도에 쏘는 일은 흙발로 남의 집 안방에 들어오는 행위』라며 일본측에 방지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위성방송 전파 발사각도를 조절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국내 수용자들은 안테나의 성능을 높여 시청을 계속하고 있다.<장인철 기자> <1면에서 계속>

<1면에서 계속>

◎일 문화공세 청소년층 급속 잠식

NHK1이 아시아 각국에 발사하는 프로그램은 CNN과 BBC 등 글로벌 네트워크체제를 구축한 미국과 유럽의 보도 프로그램이나 일본및 아시아 각국의 시사 프로그램들이어서 내용상 큰 문제는 없다. 이에 비해 오락채널 성격인 NHK2는 「티타임 예능관」「봄이여 오라」등 고정물과 각종 특집쇼와 대중가요 페스티벌등 일본적 색채가 강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영화오락 전문채널인 WOW―WOW는 회원에게만 디코더를 지급해 시청자수가 많지 않으나 본격적인 일본영화 방영이 많아 해독은 심하다.

일본 위성방송 전파의 범람과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한 일본식 문화의 확산은 회전초밥집붐까지 몰고왔다. 대중가요에 일본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이 낳은 것으로 볼 수 있다. 90년대 초반 국내 청소년 사이에서 일본풍을 유행시킨 「소녀대」 이후 신세대 가요에 나타나는 일본 대중음악의 그림자는 지난 시절의 「뽕짝논쟁」을 무색케 한다.

최근 청소년 세계에 폭발적 인기를 모은 가수 K모, H모의 히트곡들은 아예 일본가요의 멜로디를 그대로 베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미국에서 생활하다 지난 7월 일시귀국한 왕년의 인기가수 배인숙씨는 『미국에서 자주 들었던 일본가요의 멜로디가 국내가요에 빈번히 나타나 깜짝 놀랐다』고 가요계의 변화된 풍토를 우려했다.

아직까지 일본의 극영화는 국내에 수입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입허가 논란을 빚었던 「쇼군 마에다」는 결국 상영을 못했고, 「파워 레인저」는 수입금지로 결정됨으로써 국민정서와 정부의 단호한 자세를 읽게 했다.

그러나 일본은 자본력으로 미국 할리우드를 잠식하면서 「메이드 인 유 에스 에이」영화에 일본색을 가미하는 방식으로 국내에도 일본의 이미지와 일본색을 심고 있다.

지난 6월 개봉된 미국영화 「코드명 J」가 대표적인 예. 일본 소니사가 최대주주였을 당시 미국 컬럼비아사 제작의 이 영화에는 일본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미래를 설정하고, 역시 세계 최강의 폭력조직으로 성장한 「야쿠자」의 활약상을 담은 내용으로 일본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비디오로 나와 있는 「떠오르는 태양」「로보캅3」「흑우」등 극영화나, 국내 지상파방송 수입만화 프로그램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TV만화영화의 일부작품에도 심한 일본풍이 삽입돼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화 물결속에 있는 우리 대중문화에서 일본의 영향이나 문화적 공세는 점점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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