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땐 정치생명 악영향 판단/경제 불이익 등 비싼 대가 감수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막대한 경제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핵실험을 강행해야할 만큼 핵실험이 국익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도덕적 비난여론에 줄곧 시달려온 프랑스의 핵실험 재개문제는 이제 경제적 고통을 프랑스에 안겨줄 기세이다. 호주 일본등 세계 주요국들이 프랑스상품 불매운동등 각종 경제제재를 공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호주연방정부는 이미 5억달러 규모의 제트기 구매입찰에서 프랑스 항공사를 배제시키기로 결정하고 호주 빅토리아 주 정부는 96억달러규모의 주소유 발전소 매각에 프랑스 기업의 참여를 배제시키는등 호주는 각종 프로젝트에 프랑스 기업의 참여를 막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호주에서 프랑스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카페 슈퍼마켓등 소규모 영세업자들도 핵실험문제가 대두된 이후 매출액이 30∼40%나 감소했다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크리스틴 쇼베 프랑스 해외무역부 차관은 『프랑스기업이 호주에서 철수하면 호주인들 수만명이 실업자가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쇼베는 호주의 이번조치가 프랑스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애써 강조했다. 그러나 무역의 상호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프랑스 역시 호주수준의 고용감소를 감내해야 하므로 시라크의 또 다른 선거공약인 고용증가정책이 큰 벽에 부딪힐 수도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시라크 대통령이 핵실험 결정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시라크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강력한 프랑스 건설을 내세웠고 이에따른 핵실험 재개의사를 천명했다. 이러한 공약은 곧바로 시라크에 대한 유권자들의 득표로 이어졌다. 핵실험 재개문제는 곧 시라크정권의 존립여부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또 드골 정권이래 프랑스는 미국과 소련의 양 초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왔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국민들사이에서는 초강대국의 독단을 저지하고 외교관계에 있어서 전략적·정치적으로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핵기술개발과 유지뿐이라는 「독특한」 정서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핵실험 재개를 번복 못하는 데는 기술적인 이유도 있다. 프랑스가 보유한 핵무기들이 2010년을 고비로 노후화되어 핵무기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이 체결되는 내년까지 수차례 핵실험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군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러한 주장도 시라크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핵실험재개문제는 시라크가 선거당시 공약했던「강력한 프랑스」와 「고용증가」라는 2개의 정책을 미묘하게 상충시키고 있다. 시라크는 예상보다 비싼 대가를 치르며 핵실험을 재개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조재우 기자>조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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