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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원연 부질없는 다툼/「어부지리」 형국될까 걱정(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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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원연 부질없는 다툼/「어부지리」 형국될까 걱정(발언대)

입력
1995.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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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족’ 인식 이해·협조로 해결하길고사성어중에 「어부지리」가 있다. 도요새와 무명조개가 다투고 있는 틈을 이용해 어부가 둘 다 잡았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양자가 다투고 있는 것을 이용해 제3자가 이득을 얻는 경우를 이른다. 북한 핵문제와 연계된 경수로 지원사업의 주계약자 문제를 놓고 다투고 있는 한전과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자칫 도요새와 무명조개의 처지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전의 발주하에 원자력연구소가 핵증기공급계통의 설계를, 한국중공업이 주요기기의 제작을, 그리고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가 엔지니어링을 분담해 한국표준형원전인 울진 3, 4호기 모델을 완성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표준형원전이 자리를 잡자마자 동형의 원전설비를 북한에 제공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고 그 발주자는 한전이 아닌 유령회사와 같은 KEDO가 되었다.

이렇게 되자 현실적으로 40억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건설비중 상당부분을 분담해야할 한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투자에 상응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싶어 진다. 즉 한전 자신이 주계약자가 되어 자신의 주요 투자기관인 한국중공업이나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관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것이다. 한편 원자력연구소는 원전의 핵심인 핵증기공급계통 설계의 노하우를 가졌으니 자신의 입지를 지키고 싶을 것이다. 북한에 지원할 경수로 2기도 문제지만 더 큰 것은 곧 착수될 영광 5, 6호기를 필두로 한 국내 후속기들의 건설 주도권의 향방에 북한 경수로 사업이 분수령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러니 양자의 대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분란속에서도 아직은 미국이나 일본 어부가 망외의 이득을 취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더욱이 경수로지원사업 자체가 순조롭게 진척될지도 여전히 불투명한 판국이다. 북한이 경수로 자체에는 처음부터 마음에 없었는데 우리가 괜한 김칫국 다툼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예정대로 추진될 때를 대비해서 정부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북한 경수로지원에 대해서는 일단 울진 3, 4호기 건설구조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지만 정황은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항간에서는 원자력연구소의 사업책임자의 경질을 놓고 외압이니 한국형의 실종이니 아니니 시끄럽지만 원전사업이 부분 실무책임자 한사람 경질로 방향이 바뀌고 할 정도의 사업이 아님은 분명하다. 원자력연구소 간부의 임면은 연구소장의 고유권한이고 내부적인 문제인데 이 때문에 바깥까지 소란스러운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바라건대 부질없는 다툼을 계속하여 내부의 아픈 곳을 바깥에 드러냄으로써 제3자가 어부지리를 얻는 일이 없어야 한다. 풀지 못한 숙제는 국내 후속기 사업에서 다시 협상하되 독선보다는 이해와 협조를 바탕으로 원만히 해결하기를 기대해 본다. 터무니없는 북한과도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는데 원자력가족끼리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이재기 한양대 교수·원자력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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