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토론 지상중계/“양측 긴장해소가 최우선 과제”/외세배격 등 싸고 치열한 논쟁마지막 일정인 1일하오의 종합토론은 남북학자들이 통일문제에 대한 입장차이를 확인한뒤 이를 좁히기 위한 접점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남북은 접점을 민족주의에서 찾았다.
남측학자들은 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세에 뒤쳐지지 않기위해 민족의 화해와 불신해소를 강조했다. 북측은 민족의 생존을 위한 자주권을 강조하면서 분단의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민족주의를 내세웠다. 각각 「미래」와 「과거」로 강조점은 달랐지만 거듭된 만남을 통해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길승흠 서울대교수는 앞서 있었던 북측의 토론을 「연설」이라고 표현하면서 화두를 꺼냈다. 그는 『이틀동안 한자리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민족주의 문제』라며 『외세배격을 위해 북미관계 개선을 이루고 그 다음에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북한 정책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길교수는 그러나 『중국과 일본등 주변강국의 변화에 따라 동북아 역학관계가 재편성되고 있다』며 『이같은 환경변화에 맞게 북측이 민족주의의 개념을 「현대화」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북측이 강조한 평등과 자유는 인류보편적 가치이며 나도 오래동안 이 문제를 강의해 왔다』며 『그러나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평등은 하향식평등으로 도리어 능률에 문제가 생기고 경제를 손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구식 통일문제연구소부소장은 북측 참가자가운데 가장 학자다운 태도로 토론에 대한 소감을 피력했다.
김부소장은 『남측학자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며 『차이점도 명백했지만 민족을 위한 것이어서 서로의 견해를 합치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분열된 50년동안 남북은 같은 말을 쓰면서도 의미를 달리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통일에 대해서는 개념자체가 다르다』며 『우리는 분단이 왜 발생했는가하는 근원에서 통일문제를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만학 경희대교수는 『북한도 80년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 이후 새로운 통일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은 통일의 당위성, 원칙을 크게 강조하고 있지만 군사적 대치상태를 어떻게 해소하자는 것인지, 외세의 간섭을 끝장내는 것이 어떠한 상태를 뜻하는 것인지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식 교수는 해외학자의 입장에서 『7·4 공동성명이후 남북간에는 통일에 관한 논의가 너무 많았다』고 말하고 『남북은 긴장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측은 우선 북측의 붕괴를 목표로 하는지, 공존을 목표로 하는지를 분명하게 택일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은 혼선은 북한을 잘 모르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이같은 혼선이 생겨난 데는 북측의 책임도 있으며 북측은 자신을 알리려는 노력을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북한은 남측의 체제자체를 공포로 여기고 있으며, 남은 북을 불신하고 있다』며 『중국등 주변국가의 성장을 볼때 이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한반도만이 후진의 상태로 뒤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을 통틀어 최연장인 김구식부소장은 『예로부터 물은 건너봐야 깊이를 안다는 말이 있다』며 『선생님들을 처음 만났지만 생각을 대체로 알 수 있었고 어떤 분인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배호 세종연구소장은 『이같은 모임을 마치는 마당에 격세지감과 많은 감개를 가졌다』며 『그동안 우리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토론자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소장은 『왜 이같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할 것』이라며 『통일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실험을 위해 다같이 노력하자』고 말했다.<베이징=특별취재반>베이징=특별취재반>
◎통일 학술회의 총평/견해차크지만 접점 “시간문제”/정책목표와 수단간에 모순확인/이정복 서울대교수·정치학
이번 「남북·해외학자 통일학술회의」를 통해 필자는 남북한 문제에 관해 세 가지 느낌을 받았다. 첫째는 남북한 학자들 간의 견해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관계는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이고, 셋째는 현정부의 대북정책으로는 남북한 관계를 개선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남북한 학자들 간의 견해 차이는 통일원칙인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에 대한 해석에서부터 나타났다. 우리측 학자들이 이 3대 원칙을 시대의 변화에 맞게 해석해야 된다고 주장한데 반해 북측 전문가들은 이 원칙은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불변이라고 선언하였다. 해외학자들과 우리측 학자들이 3대 원칙중 평화를 강조한데 반해 북측은 자주가 제일 중요하고 나머지 두 원칙은 이에 종속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측은 평화원칙이 민족대단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우리측 학자들이 3단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지지하거나 이의 개선을 제안하고 해외학자들이 남북 양측 통일방안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이를 고칠 것을 주장한데 반해 북측은 고려연방제를 고수했다.
우리측과 해외학자들이 통일 이전의 평화공존 기간이 길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데 반해 북측은 금세기 안에 통일이 이룩되어야만 한다고 역설하였다.
우리측과 해외학자들이 통일 이전의 교류협력을 통한 신뢰구축을 강조한데 반해 북측은 통일에 도움이 되는 교류협력은 할 것이나 남한의 교류협력 방안 중에는 흡수통일의 함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측 전문가들은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겠다는 남한정부의 정책이 바로 흡수통일정책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또한 북측은 교류협력과 정치·군사적 문제해결이 병행되어야만 한다고 역설하였다.
요약컨대, 남북의 학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통일문제와 남북관계에 관해 상호 평행선을 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첫째는 북측이 회의기간 중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자세를 시종일관 견지했다는 점이다. 북측 학자들은 북의 대남방송이나 신문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수사를 사용하지 않았고 우리측과 해외학자들에 대해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측 역시 그들에게 마찬가지 태도를 보였다.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말을 하면서도 우리들은 통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둘째는 북측이 자기들은 계급주의를 이미 탈피했다고 누누이 강조하면서 남북 양체제의 공존을 역설했다는 점이다. 남한 정부가 체제경쟁은 끝났고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통일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북측은 이러한 발언이야말로 북측의 「우리식 사회주의체제」를 무너뜨리고 흡수통일 하겠다는 말이 아니냐고 여러번 우리측에 항의하였다. 북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북측은 남한체제로부터 위협을 느끼는 수세적 입장에 있는 것만은 거의 확실하였다. 북측은 현재 남한을 무너뜨리겠다는 생각보다는 남한에 의해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금세기 안에 자주원칙에 입각해 통일을 이룩하겠다고 호언하면서도 실제로는 남한의 정치경제체제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북측의 이러한 입지는 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는 북측 대표들이 우리측 학자들과 해외학자들의 견해를 경청했다는 점이다. 북측이 좀 독선적인 태도를 나타내면서도 우리 견해를 경청했다는 것은 듣지도 않으려는 태도와는 구별되어야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회의에서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의 목표와 수단 간에는 심각한 모순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정부나 국민들은 사실상 흡수통일을 원하지도 않고, 또 통일 이전에 교류협력을 통한 공존·공영기간이 길어야만 된다는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북측의 항의에 나타난 바와같이 우리정부의 당국자들은 북한체제를 무너뜨리고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발언을 하고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정부 당국자들이 발언의 결과가 정책적 목표와는 위배되는 발언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는가? 북측 전문가들은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도 궁극적 목표는 1체제에 두는 흡수통일방안이라고 비판하였다. 북측의 비판에는 무리한 점도 많지만 우리가 우리의 정책목표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 정부당국은 숙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통일학술회의의 참가자들은 남북간에 의견일치를 본 것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흡족한 마음을 가지고 헤어져 귀국길에 올랐음을 지적해 두고 싶다.
◎종합토론표정/발언시간 연장등 열기 “후끈”
○…통일 학술토론회 이틀째인 1일 하오 종합토론에서는 통일에 대한 기본원칙을 놓고 그간 양측의 해석상 차이점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탈피, 남북학자들은 통일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접근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위해 열띤 토론을 벌인뒤 아쉬운 이틀간의 학술회의를 마쳤다. 특히 이날 회의는 「변화를 위한 개혁과 개방」의 의미및 「탈냉전시대를 맞은 동아시아의 국제관계속에서 남북한 통일문제」와 「북한이 바라보는 러시아·중국식 사회주의체제」등 다양한 주제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남북 해외학자들은 뜨거운 토론열기를 뿜어냈다. 북측 발표자들은 다소 격앙된 분위기속에서 제한된 발언시간을 넘기자 사회자에게 시간연장을 강력히 요구했고 남측학자들은 인내로 그들의 발표를 경청하는 미덕을 보였다.
○…종합토론이 끝날때쯤 북측의 김경남 통일문제 연구소 부소장은 『역사적인 이번 학술토론회를 마치기앞서 남북·해외학자간의 통일에 대한 공동 합의문을 채택하는 것이 좋겠다』며 『 합의문 초안을 준비했다』고 말해 남측과 해외학자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김부소장은 이에 대한 충분한 사전이해가 없었다며 공동 합의문을 채택할 수 없다고 단호히 거부하자 『그렇다면 준비해온 초안을 읽어볼테니 북측의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이해해 달라』고 밝힌뒤 준비한 초안을 낭독했다.<베이징=특별취재반>베이징=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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