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핵실험 재개가 임박해지면서 호주 뉴질랜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국가들과 프랑스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호주가 핵실험에 대한 항의표시로 자국의 공군력증강 프로젝트에서 프랑스기업의 참여를 배제하자 프랑스는 1일 호주주재대사를 소환하는 한편 9월로 예정돼 있던 실험시기를 앞당겨 이달중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핵실험 장소인 태평양상 무루로아섬과 인접한 호주를 필두로 프랑스의 핵실험에 반대하는 국제여론은 지난 6월의 재개발표이후 날이 갈 수록 악화돼 왔다. 지난달 17일에는 유럽연합(EU) 7개국 외무장관이 시라크대통령의 핵실험 결정을 비난하면서 계획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원폭투하 50주년을 기념하고 있는 일본은 지난달 19일부터 각 정당과 원폭희생자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프랑스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1일에는 브루나이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아시아 유럽 북미 19개국 외무장관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핵실험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냉전후 세계안보적 차원에서 핵은 서로 상반된 두가지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우선 핵공포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궁극적으로 세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감축·폐기하고 기술개발 노력을 중지해야 한다는 역사적 당위가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어차피 오늘의 국제안보체제가 미·영·불·중·러 5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중심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고, 이들이 모두 주요 핵보유국이라는 현실이다. 5개 핵보유국에 의해 냉전후 국제질서가 담보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가 핵실험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내년 가을로 예정돼 있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체결 전에 핵무기의 기술을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한 것이라고 프랑스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1백70여개국은 지난 5월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무기연장에 서명했고 「핵없는 세계」를 위해 자국의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나라 형편에 벅찬 일임을 감수하고 북한경수로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프랑스가 국제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실험을 강행한다고 해서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이 더 높아진다고 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쯤에서 시라크대통령이 핵실험 결정을 철회한다고 해서 강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이 손상된다고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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