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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사상 첫 남북 심포지엄/둘째날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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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사상 첫 남북 심포지엄/둘째날 이모저모

입력
1995.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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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의없는 질의·응답 “친밀”확인/좌석배치 바꿔 접촉기회 확대/민감한 사안 직설적인 표현도이틀째이자 마지막날인 1일 회의는 서먹서먹함이 가시면서 본격적인 학술심포지엄의 모습을 갖췄다.

참석자들은 31일 저녁의 북한측 초청만찬에서 노래시합을 할 정도로 친밀해졌기 때문에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는 통일방식에 대해 격의없는 질의 응답을 했고 직설적인 표현의 사용도 서슴지 않았다.

회의는 자주 만나 얘기하고 어울리는게 인식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첩경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 확인해주면서 막을 내렸다.

○중간휴식시간 늘려

○…이날 상오 전날과 같이 시작 10분전에 회의장인 장성반점(쉐라톤호텔) 회의실에 도착한 북측 대표들은 우리측 학자들과 전날 저녁의 만찬을 화제로 담소를 나누며 첫날보다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보였고 몇몇 참석자들은 개인적인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주최측은 가능하면 개인적인 접촉기회를 많이 주기위해 좌석배치를 전날과 바꾸고 긴장감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중간휴식시간을 늘리는등 신경.

○…「한반도 통일의 방식」을 주제로 한 이날의 토론은 이정식(미 펜실베이니아대)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 분과에서는 「남북연합」과 「연방제 통일방식」을 놓고 다각적인 조명과 의견이 개진됐다.

○남북호칭 즉석토론

○…회의도중 양측은 남북의 호칭을 주제로 즉석에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사회자인 이교수가 『한국민이나 한국이란 호칭은 북측이 거부하고 조선이란 표현은 남측이 거부하니 해외학자들은 영어 「코리아」를 번역하는 데도 애로사항이 많다』며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양측이 만났으니 용어사용의 해결법을 찾아보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김경남 통일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우리는 총칭으로 우리민족, 각칭으로 남·북·해외측으로 하고자 한다』고 분위기를 유도했으나 길승흠 서울대교수가 『이번 회의에서는 남측·북측으로 쓰기로 했다』고 설명해 결론을 내지 못한채 회의를 속개했다.

○첨예한 의견대립도

○…분위기가 서서히 고조돼가자 일부 참석자 간에 첨예한 의견대립도 있었는데 김학준 단국대이사장이 『양측의 제도통일 주장보다는 남북간의 자유로운 인적·물적 서신왕래가 가능한 통일상태를 조성하자』고 제의하자 북측의 최성익 김일성종합대학교수는 『정치·군사적 대결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인적·물적교류는 부분적으로 가능할지 모르나 정상화는 어렵다』고 정면으로 공박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더 이상 설전을 주고받지 않은채 화제를 바꾸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회의를 진행했다.<베이징=특별취재반>

◎첫날 토론회 북참가자 표정/토론발표 녹취/긴장감속 “진지”/발언제한시간 넘기며 열변토로/“선동식발언해 미안” 농담 폭소도

31일 상오 「통일의 원칙과 화해협력」주제에 대한 발표를 마치고 이날 하오3시부터 시작한 토론은 북측 박동근 조국통일연구원 실장의 사회로 남측의 최장집 고려대교수, 백영철 건국대교수, 송두률 독일 훔볼트대교수, 북측의 손영규 사회정치학회 연구사 김경남 통일문제연구소 부소장 등이 참가해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차분하고 진지하게 진행됐다.

북측은 원고가 배포되지 않는 토론자들의 발표를 일일이 녹취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북측의 두 토론자들은 북측사회자인 박실장의 10분 발언시간 제한 통고를 두차례나 넘기면서 열변을 토했다.

손연구사는 『지난 50년은 광복과 분단이 겹치는 세월로 자신이 46년생으로 올해 49세인데 결국 이 상태로 50세를 넘기게 됐지만 이런 자리에 와서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하고 『이 자리에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주체사상이란 용어는 쓰지 않겠지만 통일은 인간중심에 맞춰 실현해야 한다』고 「통일정치철학으로서 필요한 이념적 기초」를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온 김부소장은 『원론적인 얘기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해보겠다. 조금 긴장감이 생기더라도 우리가 차리는 저녁식사 시간에서 풀자』고 서두를 꺼낸 뒤 미묘한 사안인 북한의 개방개혁, 경제문제, 정치범 문제들을 특유의 악센트와 제스처를 써가며 조목조목 설명하고 이날의 주의제인 통일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김부실장은 『자신도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었다』고 소개하고『북남이 합쳐서 미국과 일본에 대항하는 내용이 인기를 끈 것은 지난 40년 사이에 자라나지 못한 민족사랑 민족자주정신이 최근 4∼5년에 살아난 것으로 이것이 우리가 자주적 통일을 낙관적으로 보는 하나의 근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분단50년 사상 처음으로 통일문제의 핵심주제를 토론하게 된 것도 기쁜데 이 회의가 잘 진행되어 더욱 낙관적이 됐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부실장은 약30분의 열변 말미에 『학자의 토론이 학문적이 아니고 선동식이 돼 미안하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낸 뒤 한국일보 특별취재반을 향해 『「정치선전했다」고 쓰실거냐』고 농담을 건네기도.<베이징=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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