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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 8천행 장시 완결/핵폭탄 비극 다룬 「리틀보이」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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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 8천행 장시 완결/핵폭탄 비극 다룬 「리틀보이」 펴내

입력
1995.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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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수탈사 등 서사시형식 고발「모든 것은 오랜 침묵 속에 있었다./100만분의 1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왜 그렇게 사람들이 죽었는지에 대해./그리고 왜 괴무기를 투하했는지를./일본의 패망은 무엇인지에 대하여./조선의 해방 밑에 깔린 아픔에 대해./일본에 징용되어 간 조선사람들의/죽음과 피폭의 오랜 고통에 대하여./피폭국인 일본이 왜 피해자인가에 대해./피폭자들에 대한 미국의 무책임에 대해./…그 짓을 일본과 미국이 했다는 사실을./미국도 일본도 책임지지 않았다.」

시인 고형렬씨가 핵폭탄의 비극을 다룬 장시 「리틀보이」(넥서스간)를 완결했다. 무려 8천행에 이르는 이 시는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 투하된 핵폭탄 「리틀보이」가 낳은 엄청난 비극과 일제에 의한 우리 민족의 수탈사를 서사시의 형식으로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갔다가 원폭에 희생된 4만 5천여 조선인을 대표하는 소년 중휘와 이옥장을 주인공으로,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가해자의 폭력적인 모습, 이중의 피해자로 고통을 겪는 조선인의 참상을 생생히 묘사하면서 시인은 그 역사의 책임을 일본과 미국에 동시에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시는 일본인들로부터 수탈을 받으며 목숨을 부지하던 태평양전쟁 말기의 우리 민족의 상황을 그리면서 한편으로는 핵폭탄 개발과 인간을 향한 그 폭탄의 사용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의 역사를 의인화와 다양한 시점의 변동을 통해서 폭넓게 조명하고 있다.

88년부터 시작해 7년만에 미완의 장시집을 마무리한 시인은 후기에서 『과학을 남발하는 인간의 씻을 수 없는 죄악과 핵의 가공할 위력을 그리려 했다』며 『끝없는 과학의 발전만이 인간과 자연과 진리가 공양하는 삶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일깨운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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