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로 패전 50주년을 맞는 일본의 회고와 새출발의 자세가 심상찮다.한때 떠들썩했던 국회의「사죄 및 반성」결의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뭉뚱그린 교묘한 형태로 매듭된 후 이젠 「성전」에 참여했다 숨진 희생자에 대한 추도물결만이 일렁거리고 있다.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과거를 깊은 반성속에 바라보는 양심세력과 전쟁에 패배한 것을 한스럽게 여기는 보수우익간 엇비슷했던 균형마저 50주년을 계기로 허물어진 듯한 상황이다.
우익 언론들은 연일 미국의 원폭투하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기사를 발굴해 싣고 있고 패전후의 비참했던 모습을 부각하느라 여념이 없다. 간혹 일본도 원폭을 개발하려 했으나 역부족으로 실패했다는 기사나 세균전과 화학전을 불사했던 일본군부의 악행을 들추는 기사도 눈에 띄나 역부족이다.
이와 관련해 신진당의 약진과 사회당의 참패로 나타난 지난달 23일의 참의원선거 결과도 사실은 전후50년 국회결의를 둘러싼 유권자들의 의식을 반영한 결과라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이 국회결의를 두고 그렇게도 눈치를 보던 유족회나 신사연합회, 신진당 약진의 최대요인으로 거론되는 창가학회등은 한결같이 반성보다는 아쉬움에 기울어 있는 집단들이다. 날로 총여당화, 총보수화 물결이 거센 정치현실이 일본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 경향과 절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31일자 마이니치(매일)신문은 지금까지 나온 26개현의 전후50년 결의중 가해자로서의 반성을 표한 것은 나가노(장야)현의회 뿐이라는 자체조사결과를 보도했다. 아오모리(청삼) 나가사키(장기)현의회처럼 아예 일본인 전몰자와 희생자에 대한 추도만을 표한 데도 있다.
우리가 50년동안 비난과 반발을 퍼부어 온 결과가 고작 이정도임을 확인하면서 일본의 변화를 꾀하는 우리의 전략적 자세가 뭔가 크게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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