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어느 유력 일간지의 간부 언론인과 자리를 함께 한 일이 있었다. 이얘기 저얘기끝에 그는 대뜸 「미국이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언성을 높였다. 대학 불문학과에 다니는 딸을 방학중 미국에 연수를 보내려고 했는데 비자가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미국 대사관의 담당 직원은 「프랑스어 전공학생이 뭣하러 미국에 가려느냐」고 핀잔을 주더라는 것이다. ◆휴가차 시골 고향에 내려갔더니 어느 중학교 교사가 하소연을 했다. 미국 가서 연수를 받고 오면 승진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비자 신청을 했는데 한달이 지나야 나온다는 여행사직원의 전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기다리면 미국 연수일정에 맞출수가 없어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시나 시골을 막론하고 미국비자에 대한 불평불만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보아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를 내세워 돌려 보내거나 한달 이상의 발급 지연으로 신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미국대사관 뒤쪽을 지나치다보면 비자 신청자들이 담벼락을 따라 서 있는 긴 행렬을 언제나 볼 수 있다. ◆미국 비자 얻기가 이처럼 하늘에 별 따기라고 소문이 나자 금방 떠날 일이 없는데도 미리 신청을 해야겠다는 가수요까지 겹쳐 창구는 더 붐비고 있다. 미국 대사관은 지난 6월 비자 발급부정 사건이 있은 후 무면담 비자발급을 제한했다. 때마침 휴가철이라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사관은 인원과 예산이 부족하다며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로 인한 한국민의 반미여론 악화를 걱정한 탓인지 미국 정부당국에서도 드디어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지난주 김영삼대통령의 미국방문때 양국 외무장관회담에서 이문제가 제기되어 미국이 획기적 개선을 약속한 것이다. 앞으로 실천과정을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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