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선진국편견 심화… 연구성과 사장되기도/3,300개 학술권위지중 개도국발행은 1.5% 그쳐개발도상국들의 과학기술투자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학계의 고질적인 편견으로 인해 연구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같은 경향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과학전문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최근호가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과학데이터베이스 「사이언스 사이테이션 인덱스」에 등재된 3천3백개 학술권위지를 국가별로 분석한 결과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에서 발행되는 잡지는 1.5%에 불과했다. 이는 80년의 2.5%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어서 학계의 선진국편향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잡지는 『이같은 학계의 편견으로 인해 중요한 연구성과가 사장되고 세계적으로 자본과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국적별로 구분해보면 작성자의 국적이 미국인 경우가 전체의 30.8%를 차지했다. 일본이 8.2%로 2위였으며 이어 영국 7.9%, 독일 7.2%, 프랑스 5.7%순이었다. 상위 5개국에서 제출된 논문이 전체의 59.8%를 차지했다. 한국은 0.5%로 우크라이나와 노르웨이에 이어 26위로 조사됐다. 개발도상국으로는 인구가 많은 인도와 중국이 1%수준을 겨우 넘었을 뿐 대부분 0.1%안팎에 불과했다.
많은 개도국 과학자들은 주요과학잡지들이 개도국과학자가 제출한 동등한 수준의 연구결과는 무시하고 선진국과학자의 연구결과를 출판하는 경향이 있다고 확신한다. 미국 보스턴과 독일 본에서 연구활동을 하며 「미국 병리학 저널」 「내이처」등 학술지에 수편의 논문을 게재했던 멕시코국적의 병리학자 루이스 베니테즈씨는 『멕시코로 돌아와 외국에서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한단계 나아간 논문들을 같은 잡지들에 보냈더니 즉각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학잡지 「사이언스」지의 경우 지난해 개도국과학자들에 의해 제출된 논문가운데 1.3%만을 게재한 반면 미국으로부터 제출된 연구성과는 21%를 게재해 대조를 보였다. 이 잡지에 제출되는 개도국 과학자들의 연구논문은 80년대의 70편수준에서 지난해 1백50편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으나 게재되는 논문수는 매년 1∼2편에 머무르고 있다. 의학잡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의 경우도 지난해 개도국에서 제출된 논문가운데 겨우 2%만을 게재했다.
일부 과학전문지들은 심사이전에 논문작성자의 주소와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를 하는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극빈국에는 과학이라곤 아예 없다』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지 편집장 제롬 캐시러씨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 대부분 학술지들은 여전히 개도국의 연구수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사이언티픽 어메리칸지는 『개도국의 연구수준이 선진국에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발도상국들이 세계과학자들의 24.1%를 배출하고 연구자금의 5.3%를 사용하고 있는데 비춰볼 때 학계의 편견은 도를 지나치고 있다』고 지적했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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