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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청 철거」 재론:2(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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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청 철거」 재론:2(장명수 칼럼)

입력
1995.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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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자 칼럼에 『구 중앙청 건물 철거를 재고하자』는 내용의 글을 쓴 후 수십여명의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팩시밀리로 글을 보내준 분들도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친일파적인 주장」이라는 공격도 있었지만, 『철거하더라도 지금은 시기적으로 적당치 않다』는 주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정부가 이미 오래전에 8월15일 철거를 발표했고, 철거 준비공사까지 끝낸 마당에 왈가왈부하는것은 부질없는 짓인지도 모른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치거나, 정부 결정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태도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 글을 쓰는 것은 『철거 시기를 재고해야 한다』는 많은 독자들의 간곡한 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이승만대통령 시절 군의 요직에 있으면서 그 건물을 철거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을 받고, 철거작업을 검토했던 사람이다. 이대통령은 단호하게 철거를 명했으나, 그 당시의 조건으로는 우선 철거작업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공중에서 폭격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으나, 결국 포기했다. 나는 한평생 그 건물의 철거를 원했지만, 이런 식으로 철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새 박물관부터 세워서 반대의 소지를 줄인 후에 철거하는것이 순리다. 일제잔재를 청산하는 뜻깊은 일을 왜 국론 분열을 무릅쓰며 추진 하려는가』

『나는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중앙청을 철거하는 것이 결코 이 정부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북한에 쌀을 보내는 일이 지방선거에 도움이 안되었 듯이 아무리 명분이 있는 일이라도 시기와 방법이 중요하다. 막상 철거공사가 진행되면 대형참사로 상처받은 국민정서가 더욱 악화되고, 왜 멀쩡한 건물까지 파괴하느라고 야단이냐는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올것이다. 광복절 기념식에서 상징적으로 돔부분만 철거하고, 연기하는게 좋을것 같다』

『TV토론에 나온 서울시장 후보들이 「남산외인아파트 철거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결같이 「1천5백억원을 들인 철거는 문제가 있다」고 대답했던 것은 여론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남산이 시원해진다니까 폭파할때 박수치던 사람들은 뒤늦게 상징적이고 전시적인 행정에 속았다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 중앙청 철거도 여론이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광복후 반세기동안 서 있던 건물을 민족정기 회복 차원에서 헐겠다는 것은 결국 정치적인 결정인데, 민심을 얻기보다 잃을 가능성이 높은 결단이라면 재검토 하는것이 정치적으로도 현명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명분이 훌륭하더라도 시기와 방법에대한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다면 귀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형사고들로 상처받은 민심, 붕괴나 파괴에 몸서리치는 민심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되도록 반대의 소지를 줄인 후 국민화합속에 철거를 추진하라는 소리는 특히 깊이 새길 만하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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