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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다시 살려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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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다시 살려내자”

입력
1995.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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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제작비·새작품 부재·서비스 엉망·관객 이탈/“병든 미대중문화요람” 연극되살리기등 개혁 몸부림미국 대중문화의 요람 브로드웨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브로드웨이가 현재의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공룡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개혁론의 요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제작비, 새로운 작품의 부재, 낮은 재투자율, 형편없는 서비스, 주 관객층의 이탈등 브로드웨이가 앓고있는 각종 증상들에 대한 진지한 진단과 치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개혁론의 각론이다.

개혁론은 CBS의 몰락에서 교훈을 찾는다. CBS는 한때 방송업계와 레코드업계에서 빛나는 존재였다. 시청률부문에서 TV는 언제나 선두였고, 음반판매는 비교가 되지 않는 1위였다. CBS는 그러나 급변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다른 방송사들이 발빠르게 환경에 적응하는 사이 CBS TV는 굼벵이 걸음을 걸었다. 워너 레코드가 마돈나와 아니타 베이커를 새로운 스타로 만드는 사이 CBS레코드는 마이클 잭슨과 브루스 스프링스틴에만 목을 매달고 있었다. CBS는 이제 옛날의 영화나 되새기는 퇴락한 제왕이 돼버렸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새로운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뮤지컬의 경우 60년대 중반만해도 연간 20편가까이 제작됐으나 이제는 1∼2편이 고작이다. 연극은 40편에서 6∼7편으로 줄었다. 어떤 연예산업도 새로운 작품없이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할 때 브로드웨이는 확실히 위태로운 상태다.

브로드웨이의 무기력증은 도미노현상을 일으키며 오프브로드웨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프브로드웨이가 거두고 있는 수확이 있다면 브로드웨이의 손실에 따른 반사이익 정도에 불과할 뿐, 오프브로드웨이 역시 새로운 작품들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진 오닐이나 테네시 윌리엄스같은 대극작가가 나오기를 기대하기란 애초에 어렵고, 재능있는 신진작가들을 찾아볼 수도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새로운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앙등하는 제작비에 큰 원인이 있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작비 폭등은 웬만한 제작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70년대후반 편당 평균 2백만달러를 약간 상회했던 제작비는 현재 5백50만달러를 육박하고 있다. 이 기간 관객들이 실제로 지급한 평균 입장료는 20달러에서 29달러로 올랐을 뿐이다.

극장주―제작자―제작인원간 3각 관계도 협력·공생관계라기 보다 대립·마찰의 관계다. 가장 힘있는 집단인 극장주들은 상황인식부터가 다르다. 『브로드웨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그들은 반문한다. 이들은 『유성영화 등장때부터 브로드웨이 종말론은 있었다』고 태연하다.

사실 극장주들의 입장에서 보면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선셋 불러바드」같은 몇안되는 대규모의 뮤지컬만으로도 충분히 흑자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미극장주협회 대변인 하비 세이븐슨씨는 『새로운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나 새 작품 만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다』며 『특히 뮤지컬의 경우 롱런하는 작품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자들은 상황인식에선 극장주들과 궤를 달리하고 있으나 현실타개를 위해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최근엔 브로드웨이의 두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카메론 매킨토시가 프로듀서연합을 결성,극장주들의 간섭에서 벗어나 일정정도의 노조협상권및 경영협상권을 가지려 했으나 별무성과로 그치고 말았다.

사회적 요인에 의한 문제들도 많다. 전통적으로 브로드웨이의 주 관객층을 형성해온 유대계들이 다른 여흥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나마 외지 관광객들의 증가가 이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주 공략 관객연령층인 베이비부머들은 TV와 영화에 익숙한 세대다. 게다가 에이즈가 브로드웨이에 만연해 있다.

이런 가운데 극장주·제작자·노조·자재및 용역공급업자등 브로드웨이 관련 전산업 종사자들이 연합해 결성한 「브로드웨이 얼라이언스」의 활동은 주목할 만하다. 이 단체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낮은 제작비·저렴한 입장료에 지속적으로 작품을 생산하고 관객을 끌어들임으로써 브로드웨이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뮤지컬에 밀려난 연극 되살리기 운동이기도 하다.<뉴욕=홍희곤 특파원>

◎인터뷰/제작자등 결성 「얼라이언스」 버니스 와일러회장/“연극의 시대 반드시 다시 도래할것 제작비 절감 입장료 낮춰 활로모색”

브로드웨이 얼라이언스의 회장 버니스 와일러씨는 『브로드웨이 개혁작업은 브로드웨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일러씨는 『뮤지컬들이 더 크고 화려해지는 것은 시장추세인데다 수입의 상당부분을 관광객에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므로 어쩔 수 없다해도 연극의 경우는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해 제작비를 절감하고 입장료를 낮춤으로써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에는 뮤지컬을 공연하기에는 너무 작지만 연극에는 알맞은 극장들이 많다. 브로드웨이 얼라이언스는 이 점에 착안했다. 11개 극장을 지정, 제작비 상한선을 51만달러로 정하고 입장료는 오프브로드웨이의 비뮤지컬부문 최고 입장료 수준인 35달러를 넘지 않게 했다. 얼라이언스가 제작자의 계획서를 검토한 뒤 제작을 승인하면 지정된 임금과 제작인원으로 노조들과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극장주들은 투자가 회수될 때까지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 제작비를 회수하고 난 시점으로부터 매주 이익의 10%는 삭감된 임금으로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분배된다.

와일러씨는 『브로드웨이 얼라이언스를 통해 제작된 작품중에서 「사랑! 용기! 연민!」은 토니상을 비롯, 각종 연극관련상을 수상해 예술성도 인정받았고 수입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소개하면서 『현재 점점 많은 제작자들이 브로드웨이 얼라이언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더많은 수준높은 연극들이 브로드웨이 얼라이언스를 통해 제작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영화와 TV, 그밖의 다양한 여가활동들이 연극으로부터 관객을 빼앗아가기는 했지만 연극의 시대는 반드시 되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관객에게 진정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언어이며, 연극은 이 언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연극계를 현재까지 살려온 힘도 그것이며, 앞으로 계속 살려나갈 힘도 그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뉴욕=홍희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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