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생활때 인연… 「인간 외로움·고뇌」 남다른 감흥내가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나 집에서 쉬는 동안 국무총리 정무비서실의 책임자로 있던 윤홍선정무비서관이 시집을 두 권 들고 위로차(?) 찾아왔다. 그것이 다른 사람이 지은 시집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이 펴낸 시집이라는데 우선 놀랐고, 그가 이미 1982년 문단에 등단한 시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또 한 번 놀랐다.
4개월여의 짧은 재임기간중 때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그는 항상 내 곁에 있었지만 그가 시를 쓴다거나 시인이라는 말을 한 마디도 내비치지 않았던 것이다.
마음에 거리낄 것 없는 한없이 여유로운 시간에 그가 내게 준 두 권의 시집(「추억여행」, 「외로움은 별이 된다」)을 읽으면서 정감어리면서도 그의 외롭고 조금은 쓸쓸한 관조의 경지를 가슴깊이 느꼈던 것이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시에 대해서는 깊은 이해는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의 예술이라는데 그 의미가 있으므로 한 편의 시에 대한 느낌은 읽는 이마다 또 읽는 때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읽어서 가슴에 와닿는 시라면 그것만으로 가장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시집을 받고 며칠 뒤에 머리도 식힐겸 서울을 훌쩍 떠나 강원도 동해안 지방으로 떠났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저녁 노을이 지는 들판에 외롭게 서있는 민가를 바라다 보면서 문득 깊은 고독감에 사로잡히고 윤시인의 「저녁 노을」의 시구가 떠올랐다.
「다시 저녁 어둠이/도시에든 마을에든 허리를 굽히면/사람들 모두/스스로 위로받는 잠속에 빠져들겠지」
그가 도시의 빌딩 너머로 펼쳐진 저녁 노을을 보고 느꼈을 시상을 나는 시골의 저녁 들판에서 느꼈던 것이다.
법과 규정에 얽매인 갑갑한 공직생활 속에서도 매일같이 접하는 거리, 사람, 노을, 나무 등에서 인간의 외로움과 고뇌를 느끼는 그의 정신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의 시는 한가한 생활의 여기가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각박한 삶의 현장에서 우러나온 것들이기에 더욱 가슴에 와닿는가 보다.
윤시인의 문단에서의 문학적 성취가 어느 정도인지 나는 잘 모르지만 그의 시는 읽는 이에게 그의 느낌을 직감적으로 전달하고 사랑과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용서 같은 것들을 공유하는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다음의 시도 나에게는 참으로 좋다.
「이땅에서 아직도 나는/살고 싶다./떠밀려 공처럼 굴러도/떼지어 피는 오랑캐꽃 들판에서/나의 가솔을 둘러보며/친구여 나는 함께 살고 싶은 것이다…」(「떠나고 싶었던 날의 낙서」에서)
아무리 공직생활이 바쁘고 고달프더라도 계속해서 그의 좋은 시를 접할 수 있으면 한다. 그의 시는 우리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하고 메마른 정서를 윤택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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