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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0돌… 용서할수 있어도 잊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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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0돌… 용서할수 있어도 잊지는 못한다

입력
1995.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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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만행 재조명 책 “봇물”/친일인맥 추적·추리기법 통한 현실고발도광복 50주년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일제의 만행을 재조명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추리소설, 수기, 증언록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간되고 있는 이 책들은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광복 반세기가 되도록 매듭짓지 못한 일제잔재의 청산이나 일본측의 무성의한 과거처리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의 2차대전 책임론을 제기한 변호사 다카기 겐이치(고목건일)씨는 「전후보상의 논리」(한울간)에서 과거문제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보이지 않은데다 국가의 도의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이 일본의 최대 약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전후보상에 대한 국제정치적 논의, 법적논리, 각국의 사례등을 치밀하게 들춰내면서 전후보상을 요구하는 아시아 각국 피해자들의 가슴저미는 사연을 짚어본다. 그는 사할린잔류 한인문제등을 비롯해 일본의 전후보상운동을 주도, 우리 정부로부터 국민훈장까지 받았으며 일본전후보상국제포럼 실행위원회대표이다.

김삼웅씨가 쓴 「친일정치 1백년사」(동풍간)는 친일파의 행적과 광복이후에도 청산되지 못한 친일인맥을 추적한 치욕의 기록. 그는 임진왜란이후 지속적으로 전개돼온 일본의 한국침략론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일본 보수우익과 한국의 친일인사들의 망언기록도 함께 수록했다.

소설분야에서도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한·일 양국의 과거사에 접근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 이경재씨가 펴낸 「일본을 재판한다」(전2권·답게간)는 일본인들이 왜곡과 조작을 통해 그들의 역사를 숨기고 미화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밝힌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조선침략 본거지였던 나고야(명호옥)성 부근 박물관의 전시유물이 도난당하고 그곳을 방문한 한국인 고고학자가 피살되면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추리기법을 토대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특이한 구성을 통해 일제의 추악한 모습을 고발한다. 지난해 장편 「원균 그리고 원균」을 써내 화제를 모았던 고정욱씨는 구 조선총독부건물(현 국립중앙박물관) 해체를 소재로 일제잔재 청산문제를 다룬 소설 「세종로 1번지」(전2권·여백간)를 최근 냈다. 총독부건물의 해체를 의뢰받은 주인공 김익섭은 건물의 머릿돌을 일본으로 반출해가려는 일본인의 로비와 건물의 해체를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는 정부의 행태를 보며 「일제잔재는 우리 마음속에서 먼저 청산되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아! 선감도」(행림출판간)는 인천 앞바다 덕적군도에 있는 섬 선감도에서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저지른 만행을 보고 들었던 일본작가 이하라 히로미쓰가 참회의 마음으로 써낸 소설이다. 또 한반도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를 저격, 민족정기를 드높였던 안중근사의 일대기를 소설로 재구성한 「소설 안중근」(전2권·청암미디어간)과 일본인들이 우리 땅의 혈에 박아놓은 쇠못뽑기 작업을 무속과 설화에 연결지어 풀어나간 「소설 부적」(전2권·열림원간)도 모두 한·일 양국간의 불행한 과거사를 드러내 보인다.<박천호·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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