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섬인 해남도는 모택동이 이끄는 홍위군이 점령하기 전까지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방불케하는 원시림의 천국이었다. 5백여 종의 다양한 수종과 동물들로 중국의 보석으로 칭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해남도는 모택동에 의해 문화혁명의 소용돌이로 휘말려 들어가게 되었다. 혁명의 소모품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모택동은 해남도의 다양하고 풍부한 원시림들을 마구잡이로 베어낸 다음 그 자리에 고무나무를 심었다. 혁명에 필요한 타이어를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해남도는 질 좋은 고무생산지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택동의 판단은 빗나갔다. 고무생산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동남아에서 고무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해남도에서 생산되는 고무보다 훨씬 싸고 훨씬 많은 양의 고무를 해외시장에 내놓게 된 것이다. 동남아에서 생산되는 고무량은 전세계가 다 쓰고 남을 만한 양이어서 고무의 가격은 엄청나게 하락했다. 하지만 모택동의 폐쇄정책 때문에 해남도는 아주 값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터무니 없는 가격의 고무를 계속 생산하지 않으면 안되었다.문화혁명이 끝나고 모택동이 권력에서 물러난 지금도 해남도는 회복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공업단지 건설과 관광지 개발로 그 회복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인위적으로 기획하고 통제할 수 있으리라는 열망이 빚어낸 지금의 지구촌. 그러나 인간의 야심찬 욕망은 이 모든 것을 일순간에 파괴시킬 수도 있다. 지금의 지구촌은 이 무모하게 보이는 욕망 때문에 아직까지도 여기저기에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욕망은 때로는 집단주의의 가면을 쓰고 나타나기도 하고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위협할 때도 있고 피의 순수성을 주장하거나 직접적으로 폭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욕망은 얼마나 아름답게 장식되어 대중들에게 분홍빛 환상을 선사했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인류에게 고스란히 남겼는가. 선택은 쉽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누구도 돌이킬 수 없다.<장현동 문학평론가>장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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