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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청 철거」 재론(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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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청 철거」 재론(장명수 칼럼)

입력
1995.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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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붕괴, 도시가스 폭발, 건물 붕괴등 잇달아 터지는 대형사고에 온 국민이 몸서리치는 상황에서 구 중앙청 건물(구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논쟁을 요즘 자주 접하게 된다. 정부는 8월15일 광복 50주년 기념식에서 건물 상층부의 돔을 상징적으로 헐기 위해 철제비계를 설치하는등 준비작업이 한창인데, 철거 반대자들의 주장도 다급해지고 있다.어떤 일에나 찬반양론이 있지만, 구 중앙청 건물 철거에 대한 의견대립은 다른 사안들과 비교가 안될만큼 날카롭고 격렬하다. 김영삼대통령이 결단을 내렸을 때 헐지 않으면 결국 흐지부지 될 것이니 당장 철거해야 한다는 사람, 새 박물관을 짓고 문화재들을 옮긴후 철거하는 것이 순리라는 사람, 그 건물을 보존하면서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서로 맞서면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 언성이 높아지고,「친일파」라는 공격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의견차이는 김영삼대통령이 취임초 그 건물의 철거를 발표할 때부터 지금까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후의 상황변화로 찬·반·연기론의 비율은 많이 달라졌으리라고 짐작된다.

지금 대다수의 국민은 철거니 붕괴니 하는 말만 들어도 거부감을 느끼는 노이로제 증세를 앓고 있다. 부실공사로 건물이 무너지는 것도 참기 힘든데 왜 멀쩡한 건물을 이 와중에서 헐겠다는 것이냐고 화내는 사람도 있다. 이사갈 집도 마련 안한 채 살던 집을 헐어버리고 귀중한 살림살이를 임시로 옮기려는 발상이야말로 우리가 추방해야할 「빨리 빨리」사고방식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남산외인아파트 철거 경험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아파트를 폭파할 때 박수치던 사람들 중에는 1천5백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서 그 건물을 철거한 것이 과연 잘한 일인가라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남산 제모습 찾기를 미루더라도 그 건물이 자연수명을 다할 때까지 십년 이십년 기다리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뒤늦게 반문하기도 한다.

「중앙박물관 건물 보존을 위한 시민의 모임」등 철거자체를 반대하는 단체나 「새 박물관 건립후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애태우며 철거를 막을 방법을 찾고 있다. 정부는 여건의 변화를 감안하여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냥 철거를 원하느냐고 묻지말고, 새박물관 건립비용까지 수천억원이 든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물어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내철거, 또는 광복 50주년 행사로 집착할 일이 아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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