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띠에 오일펜스는 고작 1㎞/양식장은 마치 “해상유류창고”/밭작물도 해풍에 검게 시들어【소리도(연도) 상공 헬기에서=송두영 기자】 청정해역인 전남 여천군 남면 소리도(연도), 안도, 금오도 일대 황금어장은 쪽빛 물결대신 검고 붉은 기름띠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26일 하오 3시께 전남 경찰청 헬기에서 내려다 본 유조선 시 프린스호 좌초 사고 인근 해역은 기름띠에 온통 뒤범벅이 된 처참한 모습이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인 이 해역은 더이상 청정수역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됐다. 시 프린스호가 좌초된 소리도는 온 섬을 기름띠가 둘러 완전 고립된 무인도나 다름없었다.
서북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남동쪽 선미가 바다에 잠긴 시 프린스호 기관실부분은 화재에 심하게 그을려 바다의 거대한 유령처럼 보였다. 시 프린스호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류에 의해 암초 쪽으로 조금씩 이동, 암초와 부딪쳐 다시 폭발할 우려가 있어 보였다. 인근에서는 20여척의 크고 작은 선박이 기름띠를 막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나 기름띠는 이미 사고해역으로부터 60이상 퍼져나갔다.
시 프린스호 주위에 설치된 1가량의 오일펜스는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을 기름을 막기에는 너무나 형식적인 것으로 왜소하게 보였다. 간조로 물이 빠진 만에는 물보라대신 기름덩어리가 넘실거렸으며 폭 3∼4, 길이 3백여가량의 자갈밭은 기름밭이 돼 있었다. 태풍으로 온통 망가진 마을밭 농작물은 그나마 남아 있던 것마저 해풍에 날려온 기름찌꺼기로 모두 시들어 있었다.
소리도는 물론 안도에 위치한 양식어장은 수많은 물고기 떼들이 부패돼 떠 있었고 어민들은 넋을 놓은채 한숨을 쉬고 있었다. 기름띠로 다리처럼 이어진 소리도와 안도 동쪽 양식장은 오염이 특히 심해 마치 해상의 기름저장소처럼 보였다. 안도 이야포 마을에는 전·의경 1백50여명이 검은 해안가에서 흡착포로 열심히 기름을 닦아내고 있었으나 역부족이었다. 물이 들었던 곳은 어김없이 기름에 뒤범벅이 돼 있기 때문이다.
해류의 영향으로 사고지점의 동북방향이 집중오염된 가운데 북서방향에 위치한 돌산도는 오염이 그다지 심하지 않았으나 돌산도와 금오도 사이에 있는 소황간도까지 기름띠가 번져 돌산지역 피해도 조만간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방제선은 시 프린스 주위에만 맴돌고 있을 뿐 기름확산을 막기위한 오일펜스는 눈에 잘띄지 않았다. 게다가 초속 10안팎의 강풍과 짙은 바다안개로 헬기가 수면에서 30이상만 떨어져도 기름띠를 식별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악천후는 방제작업을 방해하는 최대 복병이었다.
한 폭의 산수화에 검은 낙서를 해놓은 듯한 소리도 해상을 뒤로 하고 헬기는 해무와 강풍을 뚫고 여수로 기수를 돌렸다.
◎무리한 운항경위수사
【여수=안경호 기자】 여수해양경찰서는 26일 전남 여천군 남면 소리도 인근 해상의 해양오염과 관련, 사고선박인 시 프린스호 선장 임종민(41)씨등 선원들에 대해 태풍경보 발효후 피항경위, 항해미숙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해경은 시 프린스호가 태풍이 접근하던 지난 23일 하오1시께 소리도를 떠나 서해안쪽으로 항해한 사실을 밝혀내고 무리하게 운항하게된 경위와 관할 여수해운항만청이 선박의 운항을 허락한 경위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있다.
◎국제유류기금에 통보/외무부,수습협조요청
외무부는 유조선 시 프린스호 침몰사고와 관련, 26일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에 사고발생을 공식 통보하고 피해보상등 사고수습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따라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은 국제유조선주오염연맹(ITOPF)의 전문가인 토시 몰러박사를 한국에 급파,피해조사와 피해보상에 필요한 조치에 착수했다.
◎해양오염사고 대비/방제공사 설립검토
【인천=김호섭 기자】 해양경찰청은 26일 시 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와 같은 대규모 해양오염사고에 대비,신속하고 효과적인 방제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유회사및 대형 선박업체가 연대 참여하는 민·관 합동 해양오염 방제기구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정부가 일정규모를 출자하고 관련 민간업체들이 기금을 내 「해양오염 방제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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