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치중” “개혁가속” 시각갈려/여권결속 다지며 물갈이 전망민자당은 김영삼 대통령의 미국구상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양한 해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모두가 추측 수준일뿐 명확하지 않다. 김대통령이 「중대결심」「어떤 결정」이라는 화두만을 던져놓고 미국방문 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김대통령의 의중에 아직 접근하지 못하고있지만, 그 구상이 단순히 특정사안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즉 지도체제개편, 세대교체, 후계구도 가시화여부, 대야관계 등 정국전반의 골간이 담겨져 있을 것이라는게 민자당의 시각이다.
신당, 자민련등 야권도 김대통령의 정국구상을 이리저리 점쳐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치 야권은 여권의 착점이 놓여지는 대로 대응수를 내놓겠다는 자세이다. 사실 지금 정국은 새 질서를 형성하는 과도기의 성격을 띠고 있다. 때문에 김대통령의 구상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정국을 풀어가는 단초가 될 공산이 크며 김대중, 김종필 두 김씨의 대응에 따라서는 정치권에 예상외의 충격을 던져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통령의 구상과 관련해 민자당내에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여권결속과 화합에 치중해야한다는 현실론적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개혁기조의 강화, 세대교체, 물갈이 등 「정공법」을 택해야한다는 이상론적 시각이다. 이는 지방선거의 패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선거패배를 지역주의의 결과로 보면 「정공법」이 부각될 것이며, 반면 민심이반으로 보면 화합적 색채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민자당의 대다수 의원들은 김대통령이 현실주의적 처방을 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런 맥락에서 복수의 부총재체제, 중진실세들의 전면배치, 개혁정책의 보완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있다. 아울러 신설·유고지구당등 빈 자리에는 정치권과의 연고가 없는 전문가들이 발탁되겠지만,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물갈이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흐름도 엄존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평소 민자당을 포함, 정치권 전체의 고질적 병폐를 쇄신해야 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보다 강한 개혁드라이브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펴는 여권인사들은 『지금 주저앉으면 역사에서도 패배하게 된다』며 물갈이, 세대교체의 지속적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당직자들은 신설·사고지구당 29개가 기성정치권과 연고가 없는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김대통령은 선거패인을 「부덕의 소치」,「공천잘못」이라고 말한 바 있어 아직 명확히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 야권재편 등을 고려하면 김대통령이 일단 외형상으로는 현실론적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총재체제를 도입, 중진의원들에게 어느정도 역할을 주고, 동요하는 의원들을 감싸안는 방안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김대통령이 자신의 지론인 세대교체, 정치권 쇄신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내부적으로 새로운 인물들을 충원하는 「소리안나는」 물갈이,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현실론과 이상론을 병행하는 구상이 나올 개연성이 높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