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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교훈」 벌써 잊었나/김호섭 전국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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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교훈」 벌써 잊었나/김호섭 전국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5.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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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국내 대형건설업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도권 신도시아파트 안전진단결과 구조적결함이 드러나면 전면 재시공해주기로 결의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이후 신도시아파트의 주민들은 특히 불안감이 더 심했다. 이들 주민들은 뒤늦었지만 건설업체들의 결의에 『뭔가 달라지겠구나』하는 희망을 걸었다.그러나 인천 태화아파트 기둥파열사고는 『부실아파트가 어디 신도시뿐이랴』라는 우려를 현실로 드러냈다. 신도시는 그나마 안전진단이라도 한다지만, 같은 시기 건설돼 무관심속에 방치된 불안한 아파트가 전국에 널려있다는 건축관계자의 절망적 탄식이 기우만은 아님이 증명됐다.

21층 하중을 이기지 못해 콘크리트가 푸석푸석 떨어져 나가고 엿가락처럼 휜 철근이 앙상하게 드러난 1층 주기둥. 기둥이 내려앉을 때의 충격과 진동으로 곳곳에 심한 균열이 가고 뒤틀린 실내 벽면과 천장. 이런 적나라한 부실현장을 대하고도 『철제빔으로 보강하고 하자부분만 완벽히 고치면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건설회사측의 태도를 보면 우리 건설업계가 외쳐대는 「부실추방」「전면 재시공」은 한낱 「합동 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천시도 아파트 주민들의 수차례에 걸친 부실고발과 하자신고에 무관심했다. 삼풍사고이후에도 전혀 이상여부를 살펴보지 않았다는 당국의 게으름에서도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 치료는 아직 요원하다는 느낌이다.

태화아파트 주민들은 『붕괴위험은 없다』는 구조기술자의 1차 진단에도 불구, 집안에 발을 들여놓기를 마다한채 3일째 인근 국교의 찬 교실바닥에서 밤을 지새고 있다. 부실아파트 철거와 이주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입주민들과 안전진단후 보수를 주장하는 업체와의 팽팽한 대립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객관적 입장에서 정확한 진단을 거쳐 해결책을 제시할 행정력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아직 삼풍으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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