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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재시공결의(사설)

입력
1995.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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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업체들이 92년 이후 분당 일산등 5개 신도시에 건설한 아파트 1천8백개동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안전진단을 실시키로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1백만 신도시 주민들을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속에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것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한 당사자인 건설업체들로서는 명예와 양심이 훼손되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31개 대형 건설업체들의 모임인 한국건설업체연합회가 회원사 사장단 회의를 열어 정밀안전진단의 의뢰와 함께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는 아파트를 모두 재시공해 주기로 결의한 것 역시 기업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식과 도덕성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업계가 막대한 추가 비용의 자체 부담을 각오하면서까지 재시공을 약속한만큼 안전진단의 성실성과 사후처리에 대해서도 신뢰할만한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게 됐다.

건설업계의 이런 자세는 부실공사를 추방하려는 우리의 사회적 노력에도 좋은 자극제가 되고 믿음직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몇가지 미흡한 대목도 없지 않다. 연합회는 『이달초 바닷모래로 시공됐을 가능성이 있는 89∼91년 시공 아파트의 안전진단을 의뢰한데 이어 2차로 바닷모래를 쓰지 않은 92년 이후 시공 아파트도 8월중 대한건축학회에 안전진단을 의뢰키로 했다』고 밝히고 『구조결함이 있는 아파트는 건설사 자체 비용으로 재시공해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우선 의문이 가는 대목은 수천동의 아파트진단을 의뢰받은 건축학회가 그만한 능력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반검사나 구조역학적인 분석까지 하면서 완벽한 정밀진단을 하자면 15층짜리 아파트 한채를 기준으로 전문인력 3명 이상이 한달간 작업을 해야 한다는데 건축학회가 그 많은 아파트를 정밀진단할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구조결함 아파트를 재시공하는 문제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31개 회원사 중에는 자금사정이 어려워 아파트 한동을 새로 지어줄 만한 여력이 없는 업체도 있을 수 있다. 인력과 재원, 진단대상과 방법 시기등에 관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행계획 없이 여론에 밀려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도 한다.

건설업체들이 연속적인 대형참사에서 뭔가 교훈을 얻고 진정으로 자괴와 반성을 보인 것은 다행이지만, 누가 봐도 실현성이 있고 납득이 갈만한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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