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유일 고유브랜드로 판매/갖은 고생끝 집산지 「헌츠 포인트」 진출/노하우 바탕 3년전부턴 한국에도 수출뉴욕 브롱스의 헌츠 포인트는 미동부지역의 육류·야채 집산지이자 물류중심지다. 브롱스 자체가 워낙 그렇기도 하지만 헌츠 포인트는 유독 텃세가 심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육류유통업은 일의 성격이 대단히 거칠고 험해서 일정한 「배경」이 있는 이탈리아계나 유대계가 아니면 제대로 발 붙이지 못한다.
김원호(미국명 워너 김·41)씨는 헌츠 포인트에 진출한 유일한 한인이다. 그는 또 미국내에서 자신의 고유 브랜드(워너 미트)로 육류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하나밖에 없는 한인인 동시에 한국으로 육류를 수출하는 단 한명의 한인이기도 하다.
워싱턴 D·C를 포함, 뉴욕·뉴저지 인근 5개주에 살거나 거쳐간 한국사람들은 모두 그의 고기 맛을 봤다고 해도 될만큼 그는 광범위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이 지역의 이름난 한인식당과 슈퍼마켓에는 어김없이 그의 고기가 들어간다. 한인의 입맛에 맞는 고기부위를 고르고 만들어내는 데에는 그를 당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시장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삼아 3년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도 육류를 수출하고 있다. 정부투자기관인 축산물 유통사업단·축협·한냉·한양유통·LG유통등이 그의 주거래선이다.
신용과 뚝심으로 헌츠 포인트의 벽을 뚫고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눈물어린 사연이 많다. 서울에서 섬유봉제 수출업체에 근무하던 그는 지난 83년 좀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텍사스대로 유학왔다가 몇달 지나지 않아 공부체질이 아님을 깨닫고 중도작파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전 대륙횡단이나 하자는 생각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를 몰고 건너온 뉴욕은 그의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줬다. 한인이 운영하다 망한 육류업체를 구두계약으로만 인수해 3년간 피땀으로 키웠으나 정작 자리를 잡자 법을 내세워 도로 뺏아갔다. 온수와 난방도 공급되지 않는 브루클린의 창고같은 집에서 창틀에 비닐을 쳐가며 세식구가 고생한 보람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 하지만 주저앉을 순 없었다. 특유의 성실과 패기로 다시 육류업에 뛰어들었고, 말로는 표현못할 숱한 고비를 넘기면서 지금의 워너 미트를 일으켰다.
그는 고생해서 번 만큼 뜻있는 곳에 쓴다. 특히 음악하는 한인들 가운데 그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 많다. 남부럽지 않게 살게된 지금도 그의 아내는 육류처리공장에서 작업복을 입고 남들이 꺼리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자신이 터를 닦은 이곳에서 다음 세대가 더나은 출발을 해주는 것이 그의 꿈이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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