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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튼튼히…(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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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튼튼히…(프리즘)

입력
1995.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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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의 동서 양단에는 각기 이스트 사이드 하이웨이와 웨스트 사이드 하이웨이가 있다. 동·서 강변 도시고속도로라 할 이 하이웨이들은 러시아워 때면 어김없이 출퇴근 차량들로 교통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그중 이스트강을 따라 나 있는 이스트 하이웨이는 「FDR 드라이브」란 별칭이 더 일반화돼 있다.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의 이름에서 머리글자를 딴 명칭이다. 이 도로는 보수·확장공사를 시작한지가 벌써 6년째다. 무슨 대단한 공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10㎞ 남짓한 도로를 고치고 넓히는 일이다.

매일 거기서 거기라 도무지 공사가 진척되는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인부들과 차량이 있고, 콘크리트 양생을 하느라 물을 뿜어대는 것을 보면 공사를 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뉴욕 사람들은 이 도로를 그 별칭(FDR)에 빗대 「Forever Doing Repair」 드라이브라 부른다. 영원히 보수공사를 하는 도로란 뜻이다.

한국일보 해외제작본부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맨해튼의 그레이바 빌딩은 1920년대에 지어진 31층 건물이다. 맨해튼의 고층 건물들이 다 그러하듯 이 빌딩도 튼튼하기가 반석 같다. 그렇지만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이런저런 자잘한 보수공사가 연중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한달동안은 1층로비의 천장보수·전등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사방팔방에 사과문을 도배질 하듯 붙여놓고 허구헌날 주물럭거리고 있는 이 공사는 우리 기준으로 치면 하룻밤 새에 해치울 수 있는 일감 밖에 안돼 보인다. 두 곳 뿐 아니다. 능률면에서 보자면 한심하기 그지 없는 이런 공사들은 「미국식」이라고 이름해야 할 정도로 일반적이다.

정작 공사하는 시간보다 준비하고 점검하고 확인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구조는 확실히 비경제적이다. 답답할 정도로 원리와 원칙에 충실해 융통성도 없다. 그렇지만 이는 안전과 맞바꾼 비경제요, 답답함이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뉴욕에 백화점 붕괴나 가스폭발 참사가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뉴욕=홍희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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