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효과등 주인 “천재아닌 인재”지구가 갈수록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7백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 열파는 이제 대서양을 건너 유럽을 훑고 있다. 지난달에는 인도 중북부지역에서 열파가 발생, 수백명의 희생자를 냈다.
중국에서는 남부지역에 계속된 폭우로 양쯔강이 범람 위험에 처하는등 물난리를 겪고 있는 반면 북부 황허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대지가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1월 17일 일본 고베(신호)를 강타하며 시작된 올해의 지진 기록은 러시아의 사할린, 그리스, 미얀마 등으로 이어지며 언제 어디서 또 터질지 모를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지구전역이 자연재해로 몸살을 겪으며 세기말적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스페인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등 중남부 유럽은 물론 북유럽에서까지 섭씨 35∼44도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한주동안 모두 12명이 열파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약2백명이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스페인에서 가장 더웠던 세비야에서는 기온이 섭씨 50도(비공식)까지 치솟았다.
프랑스의 파리시는 21일 섭씨 35도의 폭염이 지속되자 오염경보를 발령했다. 파리의 대기오염관제기구인 「에르파리」는 고온에다가 오염물질을 분산시킬 바람마저 불지 않기 때문에 도심에 유해한 오존과 이산화질소량이 격증, 이같은 경보를 발령했다며 특히 노약자들은 외출과 운동을 삼가고 흡연도 피할 것을 촉구했다.
여름더위가 그다지 심하지않은 독일에서도 21일 기온이 섭씨 37도까지 오르자 직장마다 자진해서 휴업을 선언하고 근로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앞서 유럽대륙은 지난 1월 집중호우로 때아닌 대홍수를 겪었다.
지난 21일 상하이(상해)의 기온이 50년만에 최고치인 섭씨 38·5도를 기록한 중국에서는 남북지역간에 극단적인 기상이변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후난(호남) 장쑤(강소)성등 동남부에서는 지난달부터 계속된 폭우로 숱한 인명피해와 함께 이재민만도 2천만명이 발생했다. 반면 북부의 황허 유역은 4개월간 계속된 가뭄으로 황허강줄기를 비롯한 하천과 저수지들이 모두 바닥을 드러냈다. 이에 따른 농작물의 피해도 엄청나 올해 곡물시장의 수요·공급에도 차질을 빚으며 일대 파동이 예상된다.
중국은 이와 함께 지난 6월을 「사막화 방지운동의 달」로 설정,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 주민은 물론 국민에게 사막화를 초래하는 무단 삼림벌채와 하천의 침식작용을 막도록 독려하고 있다. 중국의 사막은 고비사막을 비롯해 1백53만3천㎢로서 전국 토지의 15·9%에 달하는데 해마다 2천1백㎢의 토지가 사막으로 전환하며 중국은 물론 주변국가의 기상이변을 초래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의 기상학자들은 이처럼 세계 도처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대체적으로 지구의 자정기능이 파괴된 때문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봄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냉해와 호우, 이상고온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던 엘니뇨 현상은 현재 약화돼 이번 살인 열파의 원인은 아닐 것이라는 진단이다. 기상관계자들은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와 이에따른 온실효과, 삼림파괴로 인한 사막화 등으로 인해 순리적인 자연의 리듬이 깨지며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천재로 불려온 자연재앙마저 이젠 인재가 됐다는 얘기이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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