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인근 곳곳에서 방사능물질이 누출됐던 것으로 밝혀진 21일. 통상산업부는 원인과 대책을 묻는 기자들에게 『보고받지 못했다. 방사성물질의 오염문제는 과학기술처 관할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발견 한달이 넘도록 누출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원인이나 대책을 모를것은 뻔하다. 타부처(과기처)소관이니 괜히 말했다가 책임을 지지 않을까 몸을 사렸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원인이 어디에 있든 통산부의 함구는 통산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산하 기관인 한전에서 일어난 사고를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는 관리부재와 사고만 터지면 떠넘기기에 급급한 책임회피가 그것이다.
한전은 이날 이번 사고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8단계 사고등급기준중 0등급에 해당하는 경미한 것이어서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백명이 죽는 대형사고가 잇달아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체에 아무런 해도 안준 사고까지 일일이 보고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뜻이다.
이번뿐만 아니라 통산부는 그동안의 잇단 대형사고에서 항상 뒷전이었다. 대구 가스폭발사고때에는 장관이 나서서 『가스사고가 아니라 건설사고』임을 강조했고 삼풍백화점 붕괴때에는 수많은 피해업체 대책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한전입장으로는 통산부에 보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통산부관리들은 요즘 나서서 일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통상문제는 외무부와 재경원으로 넘겼고, 무역관리는 이미 통산부의 한계를 넘었으며, 산업정책은 모두 기업자율에 맡겼다. 사고들은 모두 타부처소관이니 할 일이 없다는 듯한 태도다. 통산부가 관할기관의 보고채널조차 갖추지 못하고 책임회피나 하다간 통상 상역 산업 에너지 주무부처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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