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소속… 총통직선 1년 앞두고 “기 꺾기”/대북 「여야 동거체제」 파탄조짐지난해 12월 타이완(대만)에서 실시된 사실상의 첫 지방선거로 수도 타이베이(대북)에서 이루어진 「여야동거체제」가 출범 7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파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타이완 사법당국이 19일 제1야당인 민진당(DDP) 소속의 천수이비엔(진수편·44) 타이베이시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민진당소속 의원 2명과 함께 영장이 청구된 진시장의 혐의는 91년 국민대회(과거 우리의 통일주체국민회의와 같은 성격의 기구로 헌법개정등의 권한을 보유) 국방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투표용지를 파손했다는 것이다.
사법당국은 그동안 진시장등이 17차례의 법정출두요구에 불응,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민선시장을 구속하려는 이유치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전문가들은 진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민선시장을 구속하는 정치적 도박을 하겠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타이완 사법당국의 이번 조치가 상당히 정치적인 속셈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91년에 일어난 의회내에서의 사건을 두고 사법당국이 4년이 지난 지금에야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그렇지만 구속을 위해서는 국민대회의 동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빚어질 충돌등 타이완정국에 평지풍파를 몰고올 사안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는 것을 볼 때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을 갖는다.
정치적 복선과 관련해서는 우선 타이완 최초의 총통직선이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이번 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체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타이완출신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민진당의 기를 미리부터 꺾어놓으려는 의도가 개재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타이완의 정치중심지인 타이베이에서 야당출신으로 첫 민선시장에 당선돼 갖은 견제에도 불구, 아직껏 별 무리없이 역할을 수행해온 진시장은 집권국민당으로서는 야당의 행정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시켜준다는 점에서 눈엣가시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에 대한 족쇄를 채우려는 의도가 이번 조치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타이완성출신인 진시장은 지난 94년 국민당의 타이완집권 45년만에 최대의 정치적 타격을 안겨준 장본인이다.
진시장은 정부의 정당결성 금지조치 항의시위로 체포된 야당지도자의 변호를 맡아 인권변호사로 명성을 날리다 지난 79년 언론자유수호운동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81년 타이베이시 시의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 타이베이의 「파경」움직임은 이제 「야당시장시대」를 갓 출범시킨 서울에 강건너 불로만 여겨지지 않는다.<조희제 기자>조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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