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투캅스」 흥행후 봇물… 전체 60%나 차지한국영화가 웃음을 거둘 날은 언제인가. 92년 「결혼이야기」가, 이듬해 「투캅스」가 각각 흥행에 성공을 거두면서 불붙은 우리 영화의 코믹물 제작 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4년째 되는 올해도 줄잡아 20여편의 코믹물이 제작되어 편식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선보인 「닥터봉」 「천재선언」이 코미디였고, 29일 개봉되는 「총잡이」역시 그러하다.
추석 이후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인 「헤어드레서」 「개같은 날의 오후」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꼬리치는 남자」 「아찌 아빠」 「리허설」 「포르노 맨」 「미끼」 「엘리베이터」등도 코미디 일색이다.
제작 준비에 들어간 「진짜 사나이」 「현상수배」 「키드캅」 「고추이야기」등도 풍자와 웃음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으므로 한해 한국영화의 60% 이상이 웃기는 영화다.
코믹영화 바람은 획일적 사고구조가 무너진 90년대부터 심각한 것보다는 가볍고 재치있고 감각적인 것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에 따라가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직접 제작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예술성 높은 대작보다는 「적은 투자, 많은 수익」이라는 상업적 논리를 고집하고, 일부 젊은 제작자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가속화 됐다.
올해 제작되는 코미디영화 중 절반 이상이 대기업의 공동제작품. 이 중 대부분은 완성도 보다는 반짝하는 아이디어 하나에만 의존하거나 외국작품을 베낀 것으로 볼 수 있다.
「포르노 맨」처럼 대기업이 정한 제작비에 맞추기 위해 감독의 의도와 반대로 해외로케를 줄이고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경우도 생겼다. 코믹물이라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어서 「천재선언」이 「남자는 괴로워」에 이어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같은 획일화를 탈피, 그동안 대중성 부족을 이유로 꺼려왔던 사회성 짙은 주제나 참신한 소재를 다루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박광수 감독의 70년대 노동현실을 다룬 영화 「전태일」과 장선우 감독의 80년 광주를 그린 「꽃잎」등이 대표적인 예.
난해한 신화와 철학, 무속이 뒤엉키는 「유리」(감독 양윤호)나 현대인의 정신적 방황을 술과 연결시켜 진지하게 그리는 「폭주족」(감독 홍기선)등도 비슷한 맥락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 작품들의 성공여부가 전체 제작방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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