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제공할 경수로원전 건설을 둘러싸고 한국전력과 한국원자력연구소가 마치 주도권다툼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갖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원전의 한국형과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국내유일의 원자로계통 설계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연구소측이 설계는 물론 감리와 조정역할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병령 프로젝트팀장을 정부가 전격해임함으로써 드러난 것이다.이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본격가동, 대북부지조사에 나서려는 시점에서 이같은 내분이 빚어진것은 실로 유감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연구소측의 얘기는 북·미간 경수로협정에 한국형과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란 말이 한마디도 표기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모든 것을 연구소가 설계·운영하고 감리까지 맡아야만 한국형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의 컴버스천엔지니어링(ABB―CE)사가 주도하여 한국형은 이름뿐이고 한국은 하청역만 맡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전측은 원래 한국형 원전인 울진3·4호기는 ABB―CE사의 「시스템80」을 우리 실정에 맞게 개선·조정한 국산화율 82%의 원자로로서 냉각펌프·제어계통 등 일부 핵심기술은 미국에 의존하게 됨은 잘 알려진 일이고 계통설계만을 담당하게 될 연구소가 건설·운영까지 맡는다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여기서 한심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지난 80년대중반부터 원자력발전에 관한한 연구소는 계통설계, 한전의 자회사인 기술주식회사는 종합플랜트설계, 그리고 한전은 시운전과 운영·사업등으로 역할분담을 해오던 터에 대북경수로건설 착수를 앞두고 주도권다툼을 벌여 적전내분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이병령팀장이 한국형 관철에 기여한 공로자라 하더라도 KEDO설립협정에 대북경수로는 한전이 주계약자가 된다고 명기됐음에도 이제 와서 중심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주도권다툼이 계속될 경우 가장 기뻐할 곳은 북한으로 이를 빌미로 미국이 맡아줄것을 주장할 것이고 껄끄러운 남북관계를 감안, 건설주도를 희망하는 미국 역시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한마디로 북한과 미국에 어떠한 틈도 보이지 말아야 할 시점에서 내부적으로 주도권을 싸고 갈등을 빚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당연히 한전의 주도하에 연구소는 계통설계를 맡아야한다. 또 전체적으로 기술과 운영의 자문과 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할 때다. 정말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것을 조정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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