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제거 사실상 끝나 추가발굴 희박/“구조작업 어떻게 했길래” 기막힌 표정/“미확인 시신에 혹시” 채혈장 몰려『하늘로 솟았단 말입니까. 땅으로 꺼졌단 말입니까』
삼풍참사 22일째를 맞은 20일 서울교대 체육관에 남아있는 2백여 실종자가족들은 혈육의 시신조차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에 분노와 허탈감에 빠졌다.
사고현장의 잔해제거작업은 거의 끝나 지하3층 땅바닥이 드러났는데도 나와야할 1백61명의 실종자 시신이 19일 상오 5시 이후부터 단 한 구도 발견되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구조반은 이날 3만4천여톤의 잔해중 98.5%인 3만3천5백톤의 잔해를 처리, 21일까지 잔해물제거 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더이상 실종자가 발견될 가능성은 희박하거나 발견된다 하더라도 몇 구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반은 이날 상오 지방소방대 13개대 1백27명과 군병력 2백명을 복귀시키고 B동 앞도로에 설치했던 타워크레인을 철거하는등 인력과 장비를 단계적으로 철수키로 했다.
잔해제거작업이 곧 끝날 것으로 알려지자 실종자 가족들은 『부모와 자식을 잃은 것도 원통한데 시신도 추스리지 못하면 두번 죽이는 꼴 아닙니까』라며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이들은 『도대체 구조작업을 그동안 어떻게 해왔길래 한 구도 아닌 1백여구가 넘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이냐』며 분노를 터뜨렸다.
제4의 기적에 대한 실낱같던 바람도 사라졌고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면 신원미확인 시신 60구 중에 혹시나 가족이 포함돼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뿐이다. 사고대책본부가 신원미상 시신의 유전자감식을 위해 이날 상오10시부터 서울교대 학생회관에 마련한 채혈장은 아침부터 실종자가족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지하 1층 아동복 코너에 근무하다 실종된 강경란(23)씨의 아버지 강용희(53)씨는 『채혈을 해서라도 신원확인만 된다면 좋겠다』며 『신원확인에 조그만 도움이라도 될까 해서 딸이 위장병을 앓을 때 찍은 X레이사진과,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까지 주워왔다』고 말했다. 일부 가족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실종자가 사고당시 백화점 안에 있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공증까지 받아놓았다.
한편 실종자 가족위원회(위원장 김상호)측은 이날 하오 2시 비상총회를 갖고 ▲실종자가 모두 발견될 때까지 사고현장에서 중장비등 구조장비를 철수하지 말 것 ▲실종자 가족들중 삼풍참사 관련 실종자를 정확히 가려줄 것등을 사고대책본부에 요구했다. 대책본부측은 이에 대해 『시신이 끝내 발굴되지 않을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 실종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밝힐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박진용·김경화 기자>박진용·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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