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방중 현안 사전해결 관측/미대중정책 불변확인/중해리우 신병양보리덩후이(이등휘)타이완(대만) 총통에 대한 클린턴미행정부의 방미허용이후 급속히 냉각돼온 미중관계에 화해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양국은 내달 1일 브루나이에서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과 첸지첸(전기침)외교부장간 회담을 갖고 관계 정상화 방안을 모색키로 합의했다. 이번 양국 외무장관 회동은 지난 4월 중순 뉴욕회담 이후 최초이다.
양국정부는 회담 전망을 예견하는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워싱턴의 외교정책 분석가들은 이번 회담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낙관론은 미국이 그동안 헨리 키신저전미국무장관의 방중을 비롯한 비공식접촉을 통해 이총통 방미문제와 해리 우 체포문제 등 양국관계를 악화시켜온 주요 현안의 타결에 이미 성공했다는 관측에 근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회담전망을 밝게해주는 요인은 중국이 회담개최에 합의한 사실 그 자체이다. 이총통의 방미이후 미국의 고위급회담 개최요청을 번번이 묵살해온 중국이 어떤 형식으로든 회담장에 나오기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중국측의 강경자세에 변화를 가져온 데는 클린턴미행정부의 끈질긴 대중설득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클린턴대통령을 포함해 크리스토퍼국무장관과 윈스턴 로드 국무차관보 등 고위관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의 「하나의 중국」정책이 불변임을 강조해 왔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결코 「봉쇄」로 기우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재천명했다.
중국지도부와 각별한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키신저 전국무장관이 크리스토퍼장관의 부탁으로 베이징(북경)에 들어가 클린턴행정부의 「진심」을 전달한 사실도 그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키신저는 최근 타이완(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라고 촉구한 뉴트 깅리치하원의장을 꾸짖는가하면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MFN) 취소 결의안을 제출한 하원의원들을 설득하는 등 미중 우호관계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타이완 관리들의 미국 나들이를 당분간 허용치 않을 방침임을 중국측에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장관은 지난 17일 미국의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총통의 방미가 개인적인 행사참석 목적이었음을 전제한뒤 『그같은 성격의 방문은 앞으로 흔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은 최근 간첩혐의로 체포된 중국계 미인권운동가 해리 우에 대해 추방령을 내리는 선에서 그의 신병처리를 매듭짓기로 미국에 양보한 듯 하다. 이와 관련해 더글러스 팔 백악관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은 17일 『해리 우가 8월 둘째주에는 석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해리 우를 일단 재판에 회부해 유죄판결을 내린 뒤 국외로 추방하거나 아예 재판없이 추방하는 형식 중 하나를 택해 그를 풀어주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볼 때 급랭상태에 빠져 들었던 양국관계는 전―크리스토퍼 회담을 계기로 정상궤도에 재진입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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