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군정 주도자 전원기소/전직대통령 3명중 1명은 종신형/메넴,90년 화합차원서 모두 사면조치/최근 “반체제 수장” 폭로에 또다시 술렁한국 검찰이 18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소 고발된 이들을 전원불기소 처분한 것은 검찰 나름의 고뇌어린 판단이겠지만 「보편성」을 가진 것으로 주장할 수는 없다. 한반도의 대척점에 위치한 서반구의 아르헨티나에서는 비슷한 상황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문민정권을 수립한 이후인 80년대후반에 70년대 이른바 「더러운 전쟁」을 주도한 쿠데타 주모자들을 전원 기소했다. 「더러운 전쟁」은 76∼83년 군부 집권기간에 특히 77∼79년 군부가 좌익 척결을 구실로 재야인사와 대학생, 정치인등 1만5천명 이상의 민간인을 살해한 것을 가리킨다.
83년 등장한 라울 알폰신대통령의 문민정부는 군부의 죄악을 심판하기 위해 비델라, 비올라, 갈티에리 등 3명의 전직 대통령을 비롯하여 해군과 공군 참모총장 5명, 전수도경찰국장등 9명의 군 지도자를 살인 고문 인권유린혐의로 기소했다.
85∼86년 재판에서 비델라는 종신형, 비올라는 17년형, 갈티에리는 12년 형 등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중형에 처해졌고 다른 6명도 최저 4년6개월에서 최고 종신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 90년 사면됐다.
검찰은 이밖에도 군정 당시 경찰 간부들에게 4∼26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총 9백여건을 기소해 3백70여명을 재판에 회부했다.
검찰은 군 최고지도자들의 책임을 입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끈질긴 노력으로 이들의 처벌을 가능케 했다. 비델라 등 5명의 주요 군 지도자에 적용된 혐의는 살인 2백64건, 납치 1천8백79건, 고문 3백82건이나 됐다.
쿠데타로 점철된 남미의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이처럼 대대적인 단죄는 군부의 반발을 초래, 4차례의 쿠데타 기도를 불러 일으켰다. 이같은 군부의 반발을 고려한 2대 문민정부의 카를로스 메넴대통령은 90년 12월 국민화합 차원에서 이들을 사면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면이 곧 과거의 완전한 망각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풀려난 비델라 전 대통령이 『군부는 체제 전복 세력에 맞서 나라를 구했는데도 보상은 커녕 희생양이 됐다』며 군정 옹호 발언을 일삼자 정부는 93년 인권유린 혐의로 그를 다시 고소했다.
특히 올들어 지난 3월 군정 반대 인사 수천명이 산 채로 바다에 수장됐다는 한 퇴역군인의 폭로를 계기로 군부의 죄악에 가담했던 이들의 고백이 잇따르면서 좀 더 철저한 군부 단죄론이 다시 일고 있다. 이 충격적인 폭로에 아르헨티나 군부는 20년에 가까운 침묵을 깨뜨리고 처음으로 지난 4월 군부의 만행을 시인하고 국민에 사죄했다. 또 법원은 「더러운 전쟁」의 실종자 명단 제출을 정부에 요구, 역사적 심판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다.
아르헨티나군부의 사죄는 역시 17년과 12년의 군정을 경험한 이웃나라 칠레와 우루과이에 영향을 미쳐 군정 시절의 만행에 대해 군부의 사죄를 요구하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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