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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기 없이 의중탐색 그쳐/남북 2차 북경회담

입력
1995.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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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채널 3차로 연장 수확불구/쌀 추가지원 족쇄걸려 협상 부담5일동안의 제2차 남북당국자 회담은 3차회담 재개합의만을 수확으로 남긴채 끝났다.

남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회담일정을 연장해가며 흥정을 벌였다. 그러나 양측 모두 내준 것도 없고 받은 것도 전혀 없었다는게 이번회담에 대한 평가이다.

우리측은 『당국간 대화의 채널을 연장한 것으로 일단 최저기대치는 넘어섰다』고 자위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또 『쌀지원문제로 시작된 대화의 성격을 경협등 포괄적인 현안까지 의견을 교환하는 회담으로 사실상 격상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같은 결과를 추가 쌀지원 약속을 하지 않고 얻어냈다는 점에서 협상과정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차회담의 재개 자체가 추가 쌀지원을 전제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주장은 무리가 있다. 쌀을 더 주지않으면 다른 현안에 관한 논의도 진전될 수 없다는 구도가 이번 회담을 통해 굳어져 버린 셈이다.

다음달 10일의 3차회담에서 우리측은 1차 지원분 15만톤 제공이후 10만톤 안팎의 쌀을 더 제공하기 위한 협상에 응할수 밖에 없게 됐다. 따라서 3차회담도 북측입장에서는 「남북당국간 회담」이 아닌 「쌀지원회담」이라는 성격을 유지하게 된다.

3차회담을 앞둔 가장 중요한 현안은 우성호 선원 송환문제이다. 이와관련, 이들이 3차회담이전에 송환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3차회담에서 우성호문제가 다시 협상의 대상이 된다면 국내여론의 흐름이 추가 쌀지원문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작용, 대표단의 입지를 제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볼 때 우리측의 1차 쌀지원이 인도적인 견지에서 이루어진 만큼 우성호 송환도 이미 합의된 쌀 15만톤 지원과 대응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 문제가 추가 쌀지원에 연계될 경우 결국 북측의 고전적인 협상전술인 「카드 부풀리기」를 받아들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남북은 3차회담에서 2차 회담을 통해 내보였던 카드를 토대로 일괄적인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추가 쌀지원의 양과 시기및 유·무상등 제공방법, 다른 편으로는 경협과 교류확대, 대화수준 격상등이 함께 다뤄질 것같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광복절이 임박한 다음달 10일은 북한측의 선전공세로 해마다 남북간에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쌀지원문제로 시작된 이번 대화의 성공·실패가 판가름나는 것은 다음회담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도 『첫단추를 잘못 꿰 어려워졌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있는 것처럼 쌀을 주어가면서 대화를 애걸하는 것같은 모양새는 좋지않다.<유승우 기자>

◎이석채 수석대표 일문일답/“북,쌀 사용 투명성 약속”/경협관련내용 발표 시기상조

―2차회담에서 쌀 추가지원에 대한 논의는 없었나.

『북한측은 쌀을 주제로 한 회담이니 쌀문제를 논의하자고 요청했으나 우리측은 가능성만 제시했다. 오히려 1차분 쌀이 (북한 주민들에게) 원활히 제공되고 한국의 여론이 호전될 수 있도록 성의있는 노력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쌀제공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보완조치는 무엇을 의미하나.

『투명성이다. 우리가 제공한 쌀의 제3국 전용이나 민생용이 아닌 사용목적변용이 없어야 한다. 북한측으로부터 제공받은 쌀로 장사를 하거나 비도덕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니 믿어도 좋다는 답을 받았다』

―이번에 공개하는 문서가 발표문인데 남북간 합의된 내용인가.

『합의서는 있을 수 없었고 18일 회담에서 (우리측) 발표문에 대해 북측과 논의가 있었다』

―경협부문에 의견 접근 내지 합의된 사항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 발표할 시기가 아니다. 시기상조이다』

―나진·선봉 무역관 설치문제가 논의됐나.

『그곳에 무역관을 설치하는 문제는 한국이 아닌 북한측에서 요청할 사항이라고 했더니 북한측 대표들이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추가 제공 쌀에 대한 원산지 표시는 어떻게 하기로 했나.

『1차 제공된 쌀에 원산지 표시가 없어 우리 국민들이 매우 섭섭해 한다고 전했더니 북한측에서는 남측 요구에 일리가 있다며 추가 제공 쌀에 대해서 원산지 표시문제는 적극 검토하는 방법을 논의하자고 했다』

―18일 정회가 장기화 한 이유는. 19일에도 회담이 있었나.

『우리측이 (3차 남북한 당국자)회담장소등과 관련, 현재보다 진전된 모습을 요구한데 대해 북측이 평양의 공식 지침을 받는데 통신관계로 시간이 늦어졌다. 19일 수석대표가 참석한 정식회담은 없었지만 대표들끼리는 접촉했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

◎2차 쌀회담 마지막날 스케치/우리측만 4개항 발표 어정쩡한 종결/전금철 “귀국하면 우성호송환 3배노력”

쌀문제를 비롯, 경협확대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남북한 제2차 쌀회담은 19일 마무리 회담을 하지못하고 한국측의 4개항 발표라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끝났다.

우리측 이석채 수석대표는 이날 주중한국 대사관에서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나와 4개항의 발표문을 발표하고 2차회담의 결과와 회담내용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이수석대표는 발표에 앞서 『우선 기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 마냥 기다리도록 하고 몇차례나 오라가라해서 미안하다』며 되풀이 사과했다.

이차관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협상이라는 것은 서로 복안을 제시하고 의견을 개진해 이뤄지는 것 아니냐』며 『이번 회담도 기본정신과 기조의 변화없이 호혜적 원칙에서 원만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이수석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인 상오 11시10분께 숙소로 돌아가 전금철 북한측 수석대표와 전화통화를 갖고 작별인사 겸 마무리 대화를 나눴다.

이 전화에서 전수석대표는 18일 정회된 후 회담을 속개하지 못한 이유는 자신이 발목을 삐어 병원에 가야 했고 대표2명이 감기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수석대표는 자신이 평양에 돌아가면 피랍된 우성호선원 송환을 위해 「3배」 노력할 것을 약속하고 3차 남북한 당국자회담 장소가 베이징(북경)으로 잠정 결정됐으나 남한측이 한반도내 서울 평양 판문점중 한 곳에서 열 수 있기를 요구하는 만큼 평양에 가서 상의, 추후 통보하겠다고 말했다고 한국대사관측이 전했다.

○…이수석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북한측 대표단에 림태덕(49)북한 대외경제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이 합류한 점에 의미를 부여. 이차관은 북한측의 경제전문가인 림부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수차례 우리측과 경제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음을 강조해 남북경협에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사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측은 회담주제를 쌀문제로 국한하자고 주장했으나 우리측 의도대로 경제현안 논의를 끌어낸데는 림부위원장의 협조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림부위원장은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 실무총책이고 두만강 개발사업도 관장하고 있는 북한의 전문경제관료로 알려졌다.

○…이에앞서 한국대표단은 18일 상오회담 정회후 우리측의 회담속개 요청에 대해 북한측으로부터 밤늦게 까지 답변이 없자 애를 태웠는데 밤 12시께 북측으로부터 19일 아침 수석대표는 참석을 못하지만 대표2명을 보내겠다는 전화를 받고 발표문 작성등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19일 북한측은 리성덕대표등 2명을 한국대표단 숙소에 보내 우리측 발표문에 쌀을 우선 주제로 하고 경협문제는 부수적인 안건으로 했으면 한다는 주문을 해 우리측이 수용, 2차회담이 일단락됐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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