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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씨의 정계복귀(장명수 칼럼: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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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씨의 정계복귀(장명수 칼럼:1858)

입력
1995.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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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총각이 결혼 안하겠다는 말,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 정치인이 세 불리할때 은퇴한다는 말은 믿을 말이 못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92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김대중씨가 정계은퇴를 선언했을 때, 우리는 그 말을 믿지 말아야 했는지도 모른다.김대중씨가 1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정계복귀의 변은 2년7개월전 그 비장했던 은퇴선언에 비해서 너무나 옹색하다. 그의 정계복귀는 신당 창당이라는 과격한 방법을 통해 시도되고 있는데,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설명 역시 옹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김영삼정부의 국정운영 실패로 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고, 민주당은 절망적인 혼란과 기능마비로 야당 역할을 못하고 있으므로, 국정과 당을 바로 잡기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선 「국가적 위기」라는 주장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김영삼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고,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영삼정부가 근본적으로 국정의 방향을 잘못 잡아 왔다거나, 심각한 실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신당 창당이란 한식구이던 몇사람이 보기 싫어서 집단가출로 새 살림을 차리겠다는 발상인데,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민주당의 분해를 염두에 둔 폭력적인 발상이다. 독재정권아래 비상수단을 동원하던 시절도 아닌데, 당을 없애고 만드는 일이 이처럼 약한 명분으로 진행된다는 것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 또 당을 민주적으로 개혁못하면서 어떻게 나라를 개혁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나는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에 가치를 두며 살아왔다』고 김대중씨는 여러번 강조해왔다. 대통령이 되는 것만이 생의 목표가 아니며, 민주화운동에 한평생을 바쳤으니 후회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독재와 맞서 싸우면서 납치와 사형선고등으로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넘었으나, 굴복하거나 피하지 않고 그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대통령을 뛰어 넘는 어떤 가치를 생의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년7개월전 「한국정치사의 거목」으로 은퇴했던 김대중씨는 「대통령이 되려는 야망을 포기하지 않은 한 정객」으로 되돌아 왔다. 그의 마지막 도전이고 모험이 될 정계복귀에서 그가 어떻게 부정적인 전망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는 마지막 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인지가 그의 과제다. 앞으로의 몇년이 결국 그의 생을 평가하는 마지막 자료가 될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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