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우리의 재난사상 최악의 참변임이 입증됐다. 사망자 숫자에서나 부상자 숫자에서도 그러하고 재산피해액에서도 물론 그렇다. 사망자만도 17일 현재 4백명 을 넘어섰고 앞으로 6백명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명피해는 6·25전쟁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사고로는 단연 최대인 것이다. 국가차원의 일대 참변임이 분명하다.그런데도 이 최악의 참변에 대처하는 중앙정부의 대응자세는 모든 것을 서울시에 떠넘긴채 그저 뒷짐이나 지고 서있는 형상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고발생 2일째 되는 날 김영삼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생존자구출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을 뿐이다. 이홍구 국무총리도 사고현장을 한번 시찰했고 기적적인 3명의 구출자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격려했을 뿐이다. 삼풍사고와 관련해 관계부처장관회의를 국무총리가 2∼3번 주재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수습대책을 정부차원에서 내놓은 게 거의 없다.
서울시와 업무관계상 지휘권을 갖고 있는 내무부나 건설교통부는 서울시 사고대책본부를 돕기 위한 인력파견이나 실질적인 지원대책을 생각도 않은채 지방정부인 서울시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차원이나 정당차원에서도 실질적인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부의 이러한 외면은 사망자가족이나 부상자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마저 찾아볼 수 없는데서도 나타난다. 국가적인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와 재계의 방관적인 행태가 왜 이번에 갑자기 생겨난 것일까.
지방선거가 끝났으니 표구걸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지방자치가 시작됐으니 지방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지방분권의 시작 때문일까. 야당이 추천한 시장출현으로 중앙정부가 본때를 보이기 위한 고의적인 무관심일까.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때는 중앙정부차원에서 중앙사고대책본부를 설치했고 재벌과 국민성금이 84억원대에 달했던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중앙정부의 표변한 대응자세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더 이상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서울시가 건의한 「특별재해지역선포」를 지체없이 결정하고 사망자·부상자 및 입주업체에 대한 피해를 극소화하는데 국가적인 역량을 쏟아야 한다. 한 재벌급 업체가 낸 사고이니 그 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떠넘겨 둬서는 안되는 이유는 재난극복이 국가의 1차적 존재이유이기 때문인 것이다. 사고를 낸 업체의 처벌과 배상은 그 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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