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학남편 뒷바라지 출국하루전 참변/“그모습 그대로 묻겠다” 오열17일 상오 2시30분께 삼풍백화점 B동 지하 3층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두살배기 딸을 품에 껴안은 허인실(29)씨의 시신이 발견돼 구조대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허씨는 딸 지영이만은 살리려 한 듯 두손으로 꼭 감싸안은 그대로 팔을 풀지 않은 채 발견됐다.
미국유학중 아내와 딸의 실종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해 20일 가까이 병원을 헤매며 생존소식을 고대하던 우성식(31)씨는 아내와 딸이 끝내 시신으로 나오자 넋을 잃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빼앗아간 조국이 원망스럽다』며 통곡하는 우씨에게 가족들은 아무런 위로의 말을 찾지 못했다.
허씨는 대구에서 태어나 연세대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90년 5월 우씨와 결혼했다. 부부는 신혼의 단꿈도 미룬 채 우씨의 유학을 위해 91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우씨는 서울대 농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은 뒤였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어두고 남편의 유학 뒷바라지에 열심이던 허씨는 93년 딸 지영이를 낳았다.
허씨가 귀국한 것은 지난 5월. 남편의 방학으로 여유가 생긴데다 『손녀가 보고 싶다』는 부모님들의 성화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지영이의 앙증스런 재롱은 가는 곳마다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미국 텍사스주 A&M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남편 우씨는 『하루만 일찍 비행기를 탔더라면…』이라고 애통해하다 『아내가 딸을 껴안은 마지막 모습 그대로 한 관에 묻겠다』며 오열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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