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 바다와 백사장… 사촌동생 미소/스님 나타나 사과 건네… 깨고나니 구조의빛가녀린 19세 소녀가 17일간 계속된 죽음과의 사투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생명을 향한 티없이 맑은 꿈이 원동력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3백77시간만에 제3의 기적을 일궈낸 박승현(19)양은 삶에 대한 치열한 애착과 꿈을 통해 죽음이라는 극한상황을 초인적으로 버텨왔다. 갈증과 허기로 입술은 새까맣게 타들어갔지만 여고시절 롯데월드 놀이동산에서 배를 타고 동굴을 탐험하던 일, 언뜻언뜻 비치는 드넓은 푸른바다가 꿈속이었지만 박양에게 환희의 빛을 선사한 생명수였다.
칠흑같이 캄캄한 어둠속에서 시간의 흐름마저 잃어버렸던 박양은 언젠가 수영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촌동생 은영이를 꿈속에서 보았다. 「지금 몇시지」하고 묻는 자신에게 동생은 하얀 이를 활짝 내보이며 「3일 하오2시39분」이라고 대답했다. 박양은 꿈속의 시간을 기억하고 「어둠에 갇힌지 3일정도 밖에 안됐구나」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3일정도쯤이야」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몽롱한 의식과 혼자뿐이라는 처절한 고독감은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꿈속에서 본 눈부신 은빛백사장은 처참한 콘크리트더미속에서도 너무나 생생하고 소중한 기억이었다. 하루쯤 지났을까. 어머니가 자주 다니던 절의 월공스님(50)이 나타났다. 박양의 손에 먹음직한 사과 1개를 꼭 쥐어주며 너그러운 미소를 짓는 월공스님을 보고 박양은 마침내 살 수 있다는 의심할 수 없는 확신감에 몸을 떨었다. 『주위에는 온통 흉물스러운 철근 잔해뿐이었지만 꿈속에서는 아름답고 해맑은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비록 꿈속이었지만 나에게 삶의 희망과 믿음을 준 월공스님과 친구, 사촌동생들에게 꼭 감사의 답례를 하고 싶어요』
한편 박양이 이틀째 입원중인 강남성모병원에는 16일 이홍구 국무총리등 각계 인사들이 찾아와 생환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조순 서울시장도 박양을 찾아와 『속히 회복하기를 전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조계종 송월주 총무원장은 박양에게 『역경을 딛고 살아나와 기쁨을 금할 수 없다』며 호신불이 그려진 손목시계와 불경 2권을 전달하고 백팔염주를 손목에 채워줬다. 박양을 구조한 안양소방서 소방대원 10여명도 박양을 찾아와 꽃다발을 주며 조속한 회복을 기원했다.<장학만 기자>장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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