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북경 쌀 회담」 스케치/우리측 “경협 우선논의”에 북 “쌀 먼저” 맞서/북 전금철 한국기업 관계자와 회동 주목16일 상오 베이징(북경)시 구이빈루(귀빈루)호텔에서 열린 이틀째 「남북한 제2차 베이징 회담」은 처음부터 진통을 겪었다.
이날 이석채 재정경제원 차관과 전금철 북한 대외경제협력 추진위원회 고문을 각각 수석대표로 한 남북 양측대표단은 회담장을 전날의 중국대반점(차이나월드 호텔)에서 구이빈루호텔로 바꿔 상오 10시부터 회담에 들어갔으나 우리측은 국내여론과 정치환경등을 들어 경협등 경제현안을 우선 논의할 것을 요구한 반면 북측은 쌀문제를 먼저 협의하자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회담이 1시간15분만에 정회돼 회담장 주변에는 한때 회담이 결렬되는게 아닌가 하는 긴장감까지 감돌았다. 그러나 양측은 감정을 정리하고 20여분후 회담을 속개, 점심도 미룬채 하오 1시20분께까지 회담을 계속했다.
회담후 우리측 이수석대표나 북한측 전수석대표 모두 표정이 밝지 않았고 특히 전수석대표는 우성호 선원 송환문제를 묻자 더욱 얼굴이 굳어지며 『사람이 죽었는데 조사도 하지 말란 말이냐』고 벌컥 화를 내기도 했다.
김형기 통일원 정보분석 실장은 브리핑에서 『회담은 양측이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이었다』면서 논의내용에 대한 의견접근은 없었다고 밝혀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날 북측의 한 관계자는 2차 회담이 첫날에 이어 이날도 원만히 진행되지 못하자 남측이 너무 많은 현안을 내놓고 있다고 불평. 그러나 이 관계자는 북측에서 오히려 한국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회담을 쌀문제에 국한시키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해 북측도 이번 회담에서 한국측이 요구하는 현안중 일부를 내막적으로는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이곳 외교소식통들은 『이번 2차회담에서는 쌀제공문제를 비롯한 현안에 대해 뚜렷한 합의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다만 회담이 결렬로 끝나지는 않고 3차회담일정 합의와 경협에 대한 의견교환내용 발표등의 모양을 갖추고 폐회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2차회담이 성과없이 끝난후 북측 수석대표 전금철은 하오 6시께 회담이 열렸던 구이빈루 2층에서 한국의 재벌그룹 P모씨를 만나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이 목격돼 주목. 이와 관련, 소식통들은 북측이 2차회담에서 쌀제공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한국측 민간기업과 적극 접촉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 같다고 해석.
○…이에 앞서 15일 상오 10시 베이징 시내 동쪽 중국대반점에서 열린 첫날 회담은 지난번 1차회담과는 달리 부드럽고 친숙한 분위기속에 시작. 전금철 수석대표를 비롯한 북측대표들은 우리측 대표단 숙소이기도 한 차이나월드 호텔의 회담장에 도착한 후 사진기자들에게 촬영기회를 주며 유연한 제스처를 보였고 이어 남북 수석대표들은 비공개회담 시작전 잠시 공개환담을 갖는등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전은 수석대표간 공개환담에서 지난번 인공기게양 사건을 해명하며 실무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음을 시인하면서도 『우리 항만관계자들을 불러 물어 보니 그 선장(씨 아펙스호 선장)이 인공기를 요구해 그앞에서 사진도 찍고 손수 게양했다더라』고 강변.<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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