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가수요 소멸·금리 동반하락/연말까지 13%대 하향안정세 전망/해외자금유입·증시이상과열 “복병”모처럼만에 자금시장에 「선순환」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불확실성」 그 자체로 표현되던 지방자치선거가 끝나면서 고질적 자금가수요는 꼬리를 감추었고 금리는 장기 중기 단기할 것 없이 동반하락하고 있다. 1년여만에 찾아온 금리의 하향안정기조다.
14일 금융계에 의하면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연 14.05%를 기록, 지난해 11월25일이후 처음으로 13%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금융권의 중단기 자금사정을 반영하는 CD유통수익률과 콜금리 역시 각각 연 14% 11%대의 하향평준화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달들어 1백포인트가량 급등한 증시엔 고객예탁금도 폭주, 시중자금의 풍성하고 원활한 흐름을 도와주고 있다.
작년 7월 금융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했던 「지준파동」, 월말·추석의 이중악재가 겹쳤던 9월 「자금보릿고개」, 전국을 투전판화했던 「한통주 돌풍」, 그리고 올 1월과 4∼5월의 금리상승등 2∼3개월 주기로 겪어왔던 지난 1년간의 악순환경험을 생각하면 정말 오랜만의 자금시장 안정이다.
금리가 이처럼 떨어지는 것은 돈의 공급이 많아졌거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재경원과 한은은 3·4분기중 8조7천억원을 포함, 올 하반기에 16조원(상반기엔 4조5천억원에 불과)을 풀 계획이다. 연간 총통화증가율을 연말 억제목표선(16%)이하로 낮출 수도 있지만 일단 빡빡한 통화관리를 피하겠다는게 당국의 생각이다.
그러나 금리안정의 주된 요인은 「넉넉한 공급」보다는 「줄어든 수요」쪽에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실수요건 가수요건 동반감소하는 추세다.
자금 실수요의 절대다수는 기업의 설비투자. 물론 지금이 하한기인 탓도 있지만 막대한 자금소요를 동반하는 대형투자 프로젝트는 지난 3∼4월을 고비로 대략 마무리됐다. 통계청도 『경기 연 착륙을 위한 미 조정국면으로 진입한 이상 대형설비투자와 대규모자금수요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를 반등시킬만한 악재는 실수요쪽에선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가 제거되면 가수요도 상당부분 자연상쇄된다. 특히 올 1월과 4∼5월의 금리상승을 주도했던 「선거자금 사재기」나 「선거이후용 자금확보경쟁」은 선거종료후 시장의 불확실성과 함께 소멸된 것으로 보인다. 당좌금리의 실세금리연동제 실시이후 기업당좌대출금리(연 13∼15%대)가 투금사금리(연 11.5%대)보다 높아진 탓에 과거처럼 은행당좌대출(저리)→투금사(고리)예치→기업의 금리차익→은행권 자금사정악화→금리폭등으로 이어지는 은행과 제 2금융권을 오가던 기업들의 재테크도 이젠 재현되지 않고 있다.
가수요제거엔 통화당국의 「입조심」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통화당국의 「빡빡한 통화·지준관리방침」발표 직후 가수요팽창과 금리폭등의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통화당국으로선 그 뒤부터 『설령 돈줄을 죄더라도 결코 말은 하지 않겠다』는 불문율을 지키고 있다. 아무리 자금시장에 선순환 기류가 뚜렷해도 통화당국자의 「안정」「강화」같은 말 한마디면 즉각 악순환으로 반전될 가능성을 항상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의 경기상황이나 통화관리방식에 비춰볼때 자금시장 안정은 적어도 추석(9월초), 나아가 연말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금리도 13%대에서 꾸준히 하향기조를 탈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일치된 견해다.
그러나 복병은 있다. 잠복된 가수요심리, 해외자금유입증가에 따른 민간부문의 통화공급위축, 그리고 정부의 금리정책의지가 그것이다. 특히 폭락 못지않게 폭등을 부담스러워 하는 정부로선 최근의 주식시장열기가 이상과열로 치달을 경우 금리를 통한 증시조정책을 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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