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된 최명석·유지환 두 젊은이의 이야기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가족애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재산상속을 노린 아들이 부유한 아버지를 살해하는등 반인륜적 사건들에 몸서리치던 사람들은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행복에 위로받고 있다.『이제 죽었구나 라고 절망하지는 않았어요. 엄마가 늘 가르쳐 줬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희망을 잃으면 안된다고…』라는 유지환양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는 어머니도 있다. 유양은 또 『지금 무엇이 가장 먹고 싶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엄마가 타주는 시원한 냉커피를 엄마와 같이 마시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는데, 직장에서 돌아온 딸에게 냉커피를 타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녀의 정겨운 모습이 떠오른다고 그 어머니는 말했다.
『무너진 건물더미에 13일간이나 갇혀있으면서 엄마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힘을 얻었다는 18세 소녀의 말을 들으며 나와 아이들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아이들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 말은 공부를 열심히 하여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잔소리 뿐이었던 것같다. 나는 아이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들려줄 여유가 없었다』고 다른 어머니는 고백했다.
유지환양의 어머니가 딸에게 들려줬다는 말, 『무슨 일이 있어도 희망을 잃으면 안된다』는 말은 그들의 고단한 삶에서 나왔으리라고 짐작된다. 5년째 병석에 누워있는 아버지, 병 간호와 집안살림에 매달린 어머니, 상고를 졸업하고 취직하여 생계를 도우면서 대학생인 오빠의 뒷바라지까지 했던 지환양, 그들 모녀에게 『희망을 잃지 말자』는 다짐처럼 절실한 것은 없었을 것이다. 「희망」이라는 너무나 흔한 말이 13일간의 생지옥에서 지환양의 버팀목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 말에 배어있는 눈물의 힘이었을 것이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을까. 아이들이 훗날 역경에 처했을 때 엄마가 가르쳐 준 어떤 말에 의지하여 힘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한 어머니의 자문은 우리들 모두의 부모자식 관계를 뒤돌아 보게 한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주는 온갖 훌륭한 가르침 중에서 진정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생활에서 나온 절실한 가르침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엄마가 가르쳐 줬잖아. 무슨일이 일어나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라고 말하며 지옥에서 살아나온 딸을 맞는 어머니는 훌륭한 어머니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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